[기고] 혈세로 귀한 역사 없애는 중앙선 폐선 바람길숲 조성사업
[기고] 혈세로 귀한 역사 없애는 중앙선 폐선 바람길숲 조성사업
  • 김대중
  • 승인 2022.10.16 19: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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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언론인)
△김대중 [원주옻칠기공예관장]

군산에 가면 철길마을이 있다. 군산을 여행할 때 가봐야 할 곳 첫 번째로 꼽힌다. 소위 핫 플레이스다.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이다. 1944년 일제 강점기 때 신문용지 자재와 원료를 실어 나르기 위해 개설되었다가 2008년 운행이 중단됐다. 철길 구간 2.5km 주변은 노후된 건물이 즐비하다.

이 마을의 건축물은 대부분 50여년이 지나 많이 노후 됐고 실제 거주하는 집은 몇 채 불과하다. 기차 운행이 중단되면서 한 동안 방치됐다. 그러다 도심속에서 특별한 느낌을 주는 철길이 여러 매체를 통해 외부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 졌다. 주말은 물론이고 주중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철길 주변으로 추억의 간식 같은 음식과 다양한 물품 판매자들이 관광객들을 타임머신에 태워 시간 여행을 시켜준다. 포토존에서 인증 샷 하느라 바쁘다. 군산시는 폐선을 그렇게 관광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돈도 들이지 않고 지역의 귀한 관광 상품으로 만든 것이다.

경암동 철길마을을 보면 원주가 생각난다. 중앙선 폐선이다. 한반도 내륙지방에서 수탈한 자원을 원활하게 운반하기 위해 일제가 1942년에 개통한 것이 중앙선이다. 치악산을 통과해야 하는 난공사로 철도 개설 역사는 물론 식민지의 아픈 역사까지 안고 있다. 철도 역사에서 갖고 있는 상징성이 매우 크다. 지난해 철길 노선이 바뀌면서 폐선이 됐다. 원주는 구간이 20여km가 넘는다.

그중 도심을 지나는 구간도 10여 km나 된다. 특히 우산동, 학성동, 봉산동 구간은 군산의 경암 철길 구간과 유사한 점이 많다. 주변의 노후되고 낡은 건물들의 모습은 흡사하다. 일제시대와 한국전쟁 직후의 역사를 안고 있다. 폐선 주변 마을은 그 자체가 역사다. 시민들의 삶이 녹아 있고 힘들었던 시절의 소소하고 절절한 이야기들로 뒤덮여 있다. 대한민국 어느 도시에서도 갖고 있지 못하는 소중한 자산들이다.

폐선 구간의 가장 압권은 금대리 똬리굴과 백척교다. 똬리굴과 백척교를 건설하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현대화된 장비도 없던 시절에 그런 엄청난 공사를 성공시키면서 얼마나 많은 역사 이야기와 사연들을 남겼을 지는 충분히 짐작이 간다. 백척교는 1936년에 착공해 5년만에 완공했다. 대한민국에서 철도 다리 중에는 가장 높았다. 1996년 바로 옆에 새로운 철도 다리가 건설됐다. 철도청이 백척교를 원주시에 넘기려 했으나 유지 관리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거절하면서 철거됐다. 역사를 아는 사람들이 많이 아쉬워한다.

원주시가 2019년부터 폐선에 손을 댔다. 도심 구간 9km의 철도 레일을 싹 걷어 냈다. 200억원을 들여 바람숲길을 만든다고 한다. 똬리굴에도 손을 댔다. 반곡역부터 똬리굴까지 10㎞의 폐선에 관광열차를 운행하고 똬리굴 안에 역사관, 미술관, 음악터널, LED수족관, 거울터널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런 이상한 치장에 1천억 원의 시비가 들어간다.

군산의 경암동 철길과 참 많이 비교된다. 물론 도심의 폐선을 포항시처럼 숲을 만든 곳도 있다. 원주는 삽질 좋아하던 MB를 닮았는지 파헤쳐 없애고 짓는다. 역사를 기억하고 향수를 즐길 수 있도록 안전과 편리한 인프라만 구축해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원주에만 있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이야기들에 열광하고 힐링하는 관광 정책을 왜 못할까.

<본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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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헛 2022-10-17 11:21:58
아카데미극장 부수고 주차장 만들려는 MB 똑 닮은 원강수 원주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