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원강수 시장의 노골적인 ‘알박기 인사’
[비로봉에서] 원강수 시장의 노골적인 ‘알박기 인사’
  • 심규정
  • 승인 2022.10.23 19:5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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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

지난 14일 단행된 원주시 인사가 발표되기 훨씬 전인 이달 초로 기억된다. 정치권 인사로부터 인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계약, 인허가 부서를 주의 깊게 지켜보라”, “○○○가 인사를 좌지우지할 테니, 잘 살펴보라”라는 내용이었다.

원강수 시장 취임 이후 조직개편에 따른 첫 번째 인사란 점에서 과연 조직을 어떻게 세팅할지, 앞으로 시장의 인사 철학에 대한 가늠자가 될 수 있어서 지역사회의 눈과 귀가 쏠렸다.  

당시 이런 생각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12년 만에 시장이 바뀌었으니, 나름 인사 철학에 따라 인사를 단행하겠지”, “뭐, 정무적 판단에 따라 그럴 수도 있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흘려 넘겼다. 취임식에서 “원강수 시정에서는 인사 난맥상이 없습니다”라고 사자후를 토해냈던 원강수 시장 아닌가. 

뚜껑이 열리자, 공직사회의 충격파가 예사롭지 않다. 김용복 과장(도시주택국장 직무대리)을 귀래면장으로 사실상 강등조치 한 것은 ‘인사 참극’이다. 국장 직무대리를 면장으로 발령낸 것은 처음이라고 직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공무원은 사기와 명예를 먹고 사는데, 누가 봐도 망신주기식 모욕 인사다. 기술직들은 심한 자괴감, 열패감과 함께 “남의 일이 아니다”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번 인사에서는 대성고(이하 DS)출신의 파격적인 발탁이 눈에 띈다. 특정고 출신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도가 지나치면 많은 말들이 양념처럼 뿌려지고, 결국 저잣거리의 베이스 안줏감이 되는 법이다. 실체를 들여다보자. 계약 업무를 담당하는 ‘요직 중의 요직’인 회계과장에 K사무관이 임명됐다. 지난 7월 사무관으로 승진한 그는 원강수 시장 정책보좌관의 DS동창이다.

문화예술과장도 마찬가지다. 전임 과장이 임명된 지 3개월도 안 돼 역사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기고 배치한 케이스다. 조직개편에 따라 문화예술과는 문화교통국의 주무과로 위상이 높아졌다. 주무과장으로 과연 위상에 맞는 인사인지 직원들은 세차게 도리질을 치고 있다. 문화예술과는 특히 5명의 팀장 중 4명을 대거 교체해 다양한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주무 팀장 또한 DS출신이다.

시장직 인수위원회 활동 보고서에 드러났듯, 문화재단에 대한 새판짜기에 나선 원강수 시장은 이런 일련의 작업을 하려면 올해 안으로 이사와 대표이사 선임이 필요했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 실무 부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것 같다. 이외에도 DS 출신은 도시계획과 J, 지역개발과 P, 공원녹지과 Y 등도 꼽힌다. 

이번에 발탁된 DS 출신 사무관은 승진한 지 2년 안팎(2020년 2월~2022년 7월)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 면·동·사업소에서, 그것도 3개월~10개월 만에 과감하게 발탁했다. 공직 분위기 일신을 위해 ‘본청 사무관의 읍면동 배치와 읍면동 사무관의 본청 발탁’에 방점이 찍혔다고 하더라도 이번 인사는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너무 쎄게 고쳐 맸다’라는 지적이다.

인허가 부서의 DS 출신 발탁은 팀장(주사)까지 노골화됐다. 허가과 개발허가담당 K, 도시계획과 지구단위계획담당 L이 각각 낙점됐다. 원강수 시장은 취임과 함께 이미 자신을 보좌하는 정책보좌관과 정책자문위원에 DS 출신 인사를 앉히면서 숱한 논란을 산 바 있다. 최근 만난 양심 있는 DS 출신 인사들은 “정말 이러면 안 된다”, “왜 좁쌀 인사를 단행하는지 모르겠다. 답답하다”라는 반응을 보인다. 이쯤되면 막무가내급 인사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시점에서 머릿속에 번개 치듯 스치는 의문점 하나. 인사위원장이자 행정의 달인으로 정평이 나 있는 원주시 부시장과 누구보다 직원들의 면면을 낱낱이 꿰뚫고 있는 행정국장은 이 과정에서 과연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인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됐다면 이런 노골적인 인사가 단행됐겠냐는 강한 의구심이 피어오르는 것은 아마 나뿐만이 아닐 터이다. 

인사를 통해 조직을 장악하려는 원강수 시장의 입장은 백분 이해하지만, 이번 인사가 학연에 편중된 인사로 비치는 것은 원강수 시장으로서는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인사가 잘돼야 구성원의 사기가 올라가고 제 기능을 다 하는데, 이런 연줄 인사의 극치는 경직된 조직문화의 단초가 될 수 있고, 공직사회의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스럽다. 원강수 시장의 ‘조직 재부팅’은 훗날 실패로 귀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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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벙 2023-02-16 15:09:38
문죄인이가 임기종료앞두고 노~~골적으로 알박기 인사 할때는 기사 쓰셨나????

김인찬 2022-10-25 18:33:16
이런 갈라치기식 기사는 의도가 매우 불순한듯 하네요.
국회의원, 시장, 시청 내 국.과장들 부터 원주시 기관, 단체장들 대부분 WJ고등학교 출신들 아니었나요?
이정도 인사 조금 바뀌었다고 이렇게 까지 기사가 날 일인가요? 그동안 WJ출신이 여기저기 다 있다고 기사난건 없는것 같은데요. 게다가 국.과장급도 아니고 담당 마저 DS출신이 특혜라는 논조는 너무 심한거 아닌가요?
글 쓰신 기자분은 어디 출신이신지 심히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