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보여지는 원주한지의 화려함은 사상누각(砂上樓閣)이며 화이부실(華而不實)의 상태이다. 즉, 그동안의 원주시에서 추진하여 온 한지에 대한 전략산업은 실패하였다. 그래서 이제 원주한지의 방향은 궤도수정이 정말 필요하다. 

원주의 한지산업이 왜 실패하였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하여, 나는 한지의 원재료인 닥나무 재배지를 찾아가 보았고, 전통한지의 가장 핵심 축인 한지장인을 만났다. 원주한지가 유명하다고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닥나무 저(楮)자가 마을명에도 들어갈 정도로 닥나무 재배지로 유명한 호저면이 있다는 것, 두 번째 이유는 한지무형문화재인 한지장인이 계신다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먼저 원주시의 2021년도 닥나무 수매현황을 살펴보면, 20개의 개인 및 단체에서 닥나무를 수매하였는데, 호저면(3곳), 행구동(2곳), 판부면(3곳), 문막읍(1곳), 부론면(4곳), 관설동(1곳), 소초면(3곳), 흥업면(3곳)이다. 이 중 많은 곳을 현장방문하였는데, 닥나무 재배의 흔적이 없는 곳도 있었고, 닥나무가 있더라도 재배지가 아닌 산기슭에 방치되어 있는 곳도 있었고, 작년도에 채취하였다고 하나, 닥나무의 상태를 살펴보니 작년에 채취하지 않고 그대로 올해도 계속 자라고 있어서 상품성이 떨어져 보이는 곳도 있었다. 제대로 재배가 되는 곳은 소수에 불과하였다. 

지난 7년간 닥나무 수매현황을 살펴보면, 2015년(3,850kg), 2016년(6,201kg), 2017년(14,970kg), 2018년(7,670kg), 2019년(20,950kg), 2020년(15,320kg), 2021년(16,010kg)이다. 2017년 크게 증가하였다가, 2018년 대폭 감소하고, 다시 2019년 크게 증가하고 2020년에는 다시 감소하였다. 생산량이 적은 것도 문제이지만, 생산량의 증감의 폭이 크다는 것은 체계적인 관리가 안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원주 한지공장 관계자에 의하면 원주산 닥나무는 10%로도 안되며 나머지 90%는 타지역이나 수입산 닥나무를 사용한다고 한다. 특히 원주시는 호저면 닥나무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부론면, 행구동, 소초면 보다 생산량이 적었다. 게다가 호저면 닥나무로 생산되는 원주한지는 1%에 불과했다. 즉, 그동안 자랑스럽게 여겨오던 호저면 닥나무는 없다고 할 수 있고 그만큼 원주한지산업은 산업의 기초가 부실한 사상누각이다. 

한지장인이 운영하는 원주 한지공장을 방문하고는 정말 놀랐다. 아직도 석면 슬레이트 지붕인 공장을 보고 정말 이곳이 그동안 원주시가 한지산업특구로 지정하여 관리하여 온 곳인가 하는 탄식이 나왔다. 그동안 한지산업을 육성하고자 시민의 혈세가 막대하게 투자되었는데, 그 많은 보조금은 어디에 쓰였는지 궁금하다. 한지축제로 원주한지의 겉은 화려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한지를 생산하는 공장은 정말 열악 그 자체였다. 한지테마파크의 화려한 건물과는 정말 대조적이다. 전통산업의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표현이 맞다. 

원주한지는 전통산업 육성의 실패를 인정하고 ‘산업’이 아닌 ‘문화’의 방향으로 궤도를 수정하여야 한다. 한지를 기반으로 한 문화콘텐츠를 개발하여 한지문화를 활성화시키고, 이를 통해 한지가 지역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한지장인을 많이 발굴하여 언제든 원주를 방문하면 한지뜨기를 체험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확보하고, 현재 계획되고 있는 우산동~반곡역 폐철도 구간의 바람길 숲을 닥나무숲 길로 조성하여 닥나무숲 길 걷기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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