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지도자의 언행일치(言行一致)
[살며 사랑하며] 지도자의 언행일치(言行一致)
  • 임길자
  • 승인 2022.10.30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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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향 임길자 [문막노인복지시설 정토마을 원장]
△도향 임길자 [문막노인복지시설 정토마을 원장]

협치(協治)란 여러 공공 조직의 업무들을 총괄하기 위하여 정치․경제․사회 등 행정적 권한을 행사는 국정관리 체계를 의미한다. 영어로는 governance라고 하며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어진 자원으로 이해 당사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투명하게 의사 결정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제반 장치 즉, 모든 정책시스템을 혼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의제를 만들고 정책을 완성시키는 것을 일컫는다.

‘협력(協力)’은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서로 힘을 합하는 것’, 또 ‘협조(協助)’는 ‘힘을 보태어 서로 도우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사전적 의미를 사회과학적인 용어로 해석하면 ‘협력’이나 ‘협조’는 복수의 행위주체(개인, 조직, 정부)들이 자신의 개별적인 목표를 공동으로 달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행위 또는 상호작용관계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독단적인 국정운영을 자제하고 서로 협의하고 타협안을 마련하여 함께 국정을 이끌어 나가자는 내용을 폭넓게 담고 있다.

한비자(韓非子) 공명(功名)편에 「일수독박 수질무성(一手獨拍 雖疾無聲)」 ‘한 손만으로는 아무리 빨리 쳐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라는 말이다.  군주가 신하를 내치면 자신도 버려지므로, 군주는 신하와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게 되었을 때, 한 걸음 물러나 조정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른손으로 원을 그리고 왼손으로 사각형을 그리면 양쪽 다 이룰 수 없는 것처럼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라는 논지(論旨)다.  “잘 다스려지는 나라에서는 군주는 북채와 같고, 신하는 북과 같으며, 재능은 수레와 같고, 임무는 말과 같다.”고 하며 유기적인 조화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신하가 군주의 신임을 얻었다고 해서 교만한 것도 안 되지만, 군주 역시 오만을 경계하고 겸허의 미덕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내세운 현명한 군주의 조건은 천시(天時) 민심(民心) 자질(資質) 권세(權勢) 등 네 가지였다. (김원중교수의 한자로 읽은 고전 중에서 옮김)

며칠 윤석열대통령은 취임 후 첫 시정연설에서 내년도 예산 집행의 방향에 "우리 정부는 재정 건전화를 추진하면서도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을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약자 복지'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 책무"라며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여러 숫자를 언급하기도 했다. 또 “우리가 직면한 위기와 도전의 엄중함은 진영이나 정파를 초월한 초당적 협력을 어느 때보다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새 정부의 5년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할 매우 중요한 시간”이라고도 했다. “여야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민생 앞에서는 초당적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온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다”며 “오늘 이 자리가 우리의 빛나는 의회주의 역사에 자랑스러운 한 페이지로 기록되기를 희망한다”라는 말로 마무리했다.

18분짜리 시정연설을 듣는 내내 대통령의 언어는 메아리처럼 한쪽 귀를 지나 한쪽 귀로 나갔다. 글자로 읽으면 모두 다 옳고 필요한 말인데, 말한 사람과 내용이 전혀 다른 모양으로 느껴지는 건 왜일까? ‘생각이 빈곤하면 말도 빈곤하다’ 했다. 정직한 사람의 언어에는 감동이란 자양 강장제 (滋養強壯劑)가 있다. 그래서 누군가는 그 말에서 희망을 만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살아야 할 이유를 발견하기도 한다.

우리 속담에 ‘외손뼉이 못 울고, 한 다리로 가지 못 한다’는 말이 있다. 세상은 갖은자의 논리로만 굴러가지 않는다. 대통령이 말하는 ‘사회적 약자’는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하다. 혹시 ‘누군가 주는 것을 받아서 사는 사람들로만 인식’하고 있는 건 아닌지?

세월은 빠르게 흐른다. 후일 자신의 덕치(德治)가 남의 거울이 된다는 사실을 얼른 알아차리면 좋겠다. 순리대로 물의 흐름을 법으로 삼아 바르게 국정을 운영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자신의 생각과 다른 것을 틀림으로 인식하고 있는 한 협치(協治)·협력(協力)·협조(協助)가 되겠는가? 지도자가 언행일치(言行一致)하지 않는데 간판이 바뀐다고 서비스가 달라지겠는가? 정치가 실종된 현실 속에서도 사회적 약자의 범주인 우리! 좀 부족하고 느리지만 바르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몸짓이 세상을 일으키는 동력이고, 그런 우리들의 언어가 세상을 밝히는 빛으로 윤기를 더할 때, 우리가 설계한 세상은 살아 봄직해 질 것이라는 진리를 믿고 싶다.<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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