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쉿
[비로봉에서] 쉿
  • 심규정
  • 승인 2022.11.06 20: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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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

농촌 들녘이 누렇게 물들어 이제 가을할 시기다. 알곡과 쭉정이를 가려내야 할 시기, 불청객 참새의 만찬장이 따로 없다. 기후변화로 참새의 개체수가 줄어서 그런지 풍성함의 상징 황금 들녘의 참새방아간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 농민들로서는 아주 다행이다. 

그러나 우리 일상에서 참새들의 입방아는 날카로운 금속성 이명처럼 들린다. 원주시 출자출연기관의 장 교체가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면서 까끄름한 마음을 지을 수 없다. 원주시가 시설관리공단 김억수 전 이사장을 부당노동행위라는 죄명으로 해고 통보하자, 사임한 것부터 보자. 원강수 시장 취임 이후부터 출자출연기관의 장에 대한 교체설은 끊임없이 나돌았다. 

구체적으로 선거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했거나 당선 이후 인수위 활동을 했던 인사들의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라고 일부 인사는 직접 ‘시설관리공단 이사장行’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억수 이사장이 사임하기 훨씬 전의 상황이다. 이게 시발점이 되어 합창에 가세한 참새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실상은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응모’인데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으로 간데’라며 마치 황제점지식으로 임명될 것처럼 확대 재생산되어 악머구리가 끓었다. “해고 통보가 오기 훨씬 전부터 어떤 행사장에서 한 인사가 ‘왜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을 자르지 않냐’라고 했다는 말이 참석자 지인을 통해 김 전 이사장에게 알려졌는데, 이게 현실화한 거죠”

김 전 이사장 측의 한 인사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지 않는 법’이라며 실소를 금치 못했다고 한다. 뭐가 급하다고 임기 6개월 남은 이사장을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후다닥 밀어내는지 상식밖이다. 어디 이뿐인가. 아직 임기가 2년 가까이 남은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원장도 살얼음처럼 위태위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원을 지낸 한 인사의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원장설’이 급부상하고 있다. “어떤 언질을 받았겠지”라며 다들 예상했던 일이라는 반응이다.  

과거부터 중앙은 물론이고 지방의 수장이 교체되면 으레 산하 기관장 ‘찍어내기’, ‘핀셋 제거’ 등 살벌한 표현을 자주 들었던 터라 한편으론 “수장이 자신의 가치와 철학을 잘 이해하는 인사로 교체할 수도 있지”라고 어느 정도 수긍하는 분위기도 있다. 그러나 작금의 원주시 출자출연기관의 장 찍어내기 논란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 

거론되는 인사들이 워낙 시장과 가깝다보니 주변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교체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의욕 과잉에 앞선 어설픈 아마추어들이 마치 ‘지금이 자리를 꿰찰 최적의 타이밍’으로 판단한 듯 너무 저돌적인 모양새다. 백일몽을 통해 이상한 나라에 들어가는 소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루이스 캐럴)에 나오는 주인공 엘리스처럼 기막힌 현실이다. 

출자출연기관의 장은 엄연히 공모 절차를 거쳐 임명 수순을 밟게 된다. 현 기관장의 해임 결격사유까지 못이 박혀 있을 정도다. 사회적 지탄 대상이나 형사적 책임이 뒤따르지 않는 한 무리하게 찍어내기도 힘든 구조다. 물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시장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쳐낼 수 있지만. 

말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심한 요철 구간이 생기게 마련이다. 꽃가마 탈 것처럼 떠드는 참새들은 이제 조개처럼 입을 꾹 닫고 있어야 한다. 이런 입방아가 쌓이면 쌓일수록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그릇된 신호로 비칠 수 있고, 결국 원강수 시장은 비난 화살의 과녁이 될 수 있다. 이게 갈수록 노골화되면 과녁의 크기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 공기에 떠도는 온갖 내정설이 현실화된다면 줄서기에 혈안이 되지 누가 열심히 일하겠나. 시민의 눈높이에 역행하는 무리한 출자출연기관장 찍어내기는 더 이상 안된다. 아무리 원칙이라고 강조한들 시민의 눈에 심한 반칙처럼 비춰지면 누가 수긍하겠나. 진영만 챙길 것처럼 무근지설이 난무하고, 너무 박정해 보이는 노골적인 ‘기·승·전·측근 발탁’이 구체화된다면 산토끼 몰이는 커녕 뺄셈의 정치를 촉발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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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 2022-11-08 19:19:50
고작 시장 지위에도 저러는데 국회의원까지하시면 더 대단하실 것 같습니다 아이고 시장님 우리 시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