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원주의 자랑을 꼽자면...
[기고] 원주의 자랑을 꼽자면...
  • 김장기
  • 승인 2022.11.06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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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기 [지식인연대 강원도부위원장·행정학 박사]
△김장기 [지식인연대 강원도부위원장·행정학 박사]

원주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나에겐 원주중앙시장과 치악산, 단구동 롯데시네마 거리, 호저면 칠봉 등이다. 좋은 기억과 정감을 나눈 곳이다. 이런 내 생각과는 달리, 더 멋지고 화려한 곳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사람마다 자랑하고 싶은 것, 또는 기억 속에 소중하게 담고 있는 것이 다르다. 사람마다 차이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꼭 자랑하고 싶은 것이 있다. 나와 관계있는 것 중에 사람이든 사물이든 다른 사람들에게 뽐내고 싶어진다. 이게 자랑거리이다. 사람들은 자랑거리를 체면 머리 없이 쏟아내면 잘난 척이지만, 자랑거리가 너무 없는 것도 문제다. 자랑거리가 너무 없으면 자신감도 매력도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원주시민들이 외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 있을까? 한동안 원주의 자랑거리를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가끔 일이 있어 서울을 가거나 외지 친구를 만나면, 내 삶의 터전인 원주 이야기를 자주 묻는다. 내게 안부도 물을 겸 지역 관광 정보를 얻고 싶은 듯했다. 내가 원주에 살고 있으니, 자신들이 모르는 색다른 것에 대한 흥미로운 정보를 얻고 싶은 듯했다.

이럴 때마다 떠드는 이야기가 있다. 첫째, 박경리 문학공원이다. 대작 소설 토지를 원주시 단구동에서 썼으며, 덧붙여 문학인들이 작업하기 좋은 곳이라며 소개한다. 새벽부터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는 조용하고 편안한 곳이란 말부터 쏟아낸다. 그리고 산세 좋은 원주시 읍면지역에 한국 문학촌을 만들어서, 한국 문학의 새로운 요람으로 키우면 무척 보람 있을 것만 같다며 속마음을 꺼내 놓는다. 이런 발상은 국내에서 문학성을 실컷 공감할 수 있는 창작 무대가 부족하다는 이해였다.

둘째, 치악산이다. 도시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치악산의 산세, 마치 새들의 둥지와도 같이 원주를 감싸 안고 있어 명당 터라고 말한다. 치악산의 포근함 속에는 숱한 전설과 삶의 이야기가 녹아 있다. 또한 치악산 동쪽 하늘이 밝아질 때의 새벽 풍경, 사계절 내내 경이로운 자연경관은 일품이라며 자랑한다. 수도권에서도 가장 가까운 국립공원이며, 둘레길을 따라 걷는 일도 꺼내 놓는다. 치악산 비로봉을 등반하면 주변 4개 시군을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는 자연의 위대함을 느낄 수도 있다며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그러나 우수한 자연경관을 빼면 정감을 나누거나 공감할 수 있는 자랑거리는 거의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여기까지 말하면, 늘 뭔가 빠진듯해서 아쉬웠다. 그래서 소금산 출렁다리, 강원감영, 한지테마파크, 금대계곡, 원주 레일바이크 등 한두 가지 관광지를 덧붙인다. 그리고는 알맹이 없는 껍데기만을 갖고 떠든 것은 아닌지, 내심 깊은 후회가 밀려왔다. 외지 친구들이 원주의 대표적인 자랑거리를 방문했을 때, 얼마나 정감을 나누고 좋은 기억을 껴안고 돌아갈 것인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거나 또다시 방문하고 싶은 명소인지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급격히 떨어졌다. 그저 하나의 지역 관광자원 정도로 이해할 것만 같았다.

이럴 때마다 생각난 것은 원주시민들과 삶의 이야기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역 명소가 있으면 좋겠다는 기대였다. 외지 사람들이 원주에서 정감 어린 낭만과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곳 말이다. 그저 기분전환을 위해 눈으로 보고 쾌감을 느끼는 관광자원들과는 달리, 소중한 추억과 정감을 공유할 수 있는 원주의 자랑거리 말이다. 외지 사람들이 원주를 찾아오는 이유는 단지 화려하거나 쾌락적인 것만은 아니다.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정감 있게 나눌 수 있는 곳, 좋은 기억을 쌓아갈 수 있는 원주의 자랑거리 같은 것들이 무척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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