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시장실 이전 효과는 얼마나 될까? 현직 민선 자치단체장들이 시민들을 자유롭게 만나는 일이 시공간적으로 제약받고 있는가이다. 누가 보아도 시장이 시민들을 만나는 것보다 시민들이 시장을 만나고 싶은 기대감이 훨씬 크다. 자치단체장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시민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지난달 22일 원주시는 7층에 있던 시장실을 1층으로 옮겼다. 더욱이 시장실 이전과 관련된 기자회견까지 거창하게 열었다. 시장과 시민들과의 관계에서 문턱을 낮추겠다는 의지는 좋게 보였지만, 그만큼 시장실을 1층으로 옮길 때의 이점과 단점을 제대로 가늠해 보았는지는 의문이다.
정치 성향의 이벤트보다는 시민들과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장소적인 제약, 또는 특정한 의사소통 대상자와의 제한된 대화보다는 다양한 채널을 마련해서 시민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마음가짐에 달린 문제였다.
시민사회와의 소통은 겉보다는 속, 형식적인 것보다는 실질적인 내용을 중요하게 다룬다. 시민사회와의 적극적인 소통 관계는 다양한 접촉 루트(contact roots)를 만들어내며 헌신적이고 실천적인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원주시장은 언론을 통해 예산 낭비 절감과 시민사회의 행복을 최고 수준으로 만들어내겠다는 의사 표명을 아낌없이 쏟아냈다. 이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신실하게 실천해야만 할 것은 시민사회와의 소통 관계이다.
하지만 시장실 이전에 대한 뉴스를 접하고 예전 중앙부처에서 추진했던 ‘고객관계관리’(customers relation management)가 떠올랐다. 한동안 정부 차원의 공공 개혁 기조가 고객관계관리였는데, 이를 원주시에 적용하면 시민관계관리(citizen relation management)라는 대체 표현이 가능하다. 시민관계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사회와의 친밀한 네트워크를 조성하고 다양한 참여 형태를 유도하며, 시민 서비스의 만족도 평가와 시민 특성 분류, 시민 기대의 파악, 그리고 첨단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전달체계의 기반 구축이다. 이게 시민관계관리의 핵심이다.
이런 점에서 시장실 이전은 몇 가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첫째, 원주시장실 문턱을 1층으로 옮기는 것보다는 원주 시민사회와의 다양한 의사소통 채널을 확보하려는 개방적인 마인드였다. 아무리 시장실을 1층으로 옮긴다고 해도, 시민들이 거리감을 뛰어넘고 원주시장을 만나 자유롭게 하소연하는 일은 쉽지는 않다. 둘째, 다각적이고 적극적인 대화채널을 마련하는 일이다. 시민사회와 제대로 소통하려면 눈높이 장벽을 갖고 있거나 매몰되어 있는 소수의 제한된 의사소통 범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민사회와의 소통체계는 절대로 시민 기대 수준을 충족할 수가 없다.
셋째, 시장실을 옮기지 않고도 그 이상의 효과적인 의사소통 채널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요즘 첨단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자유롭고 획기적인 의사소통 채널을 확보하는 일이 매우 쉬워졌다. 굳이 막대한 시정 예산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시민사회와의 소통 성과를 만들어내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시장실 이전은 시민사회와의 눈높이 소통 지점을 다각화하며, 적극적으로 소통 관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최선의 대안인가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아쉬웠다. 원주시는 시장실의 장소 이전보다는 시민사회와 원활하게 대화할 수 있는 다각적인 소통 채널을 만들어내고,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대화채널을 운영하며 시민사회 중심의 서비스 성과를 창출하는 게 민선 자치 시대의 시민관계관리이다. 이런 사업 기반을 제대로 고민해서 시민사회와의 원활한 소통 관계를 마련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