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개발 만능주의 보다 도시 정체성이 중요하다
[기고] 개발 만능주의 보다 도시 정체성이 중요하다
  • 김대중
  • 승인 2022.12.11 20: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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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언론인)
△김대중 (원주옻칠기공예관장)

혹시 남산(南山)을 아시나요? 원주시 원동에 있는 작은 산. 달동네였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자면 원주 KBS방송국과 원동성당, 남부시장 뒤편의 야산이다. 강원감영에서 걸어 5분 거리다. 원주서 오래 살거나 원주란 땅에 관심 좀 있는 분들은 다 알겠지만 지금 원주 인구 구성의 특성상 남산을 아는 시민들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강원감영의 남쪽에 있는 산이라 해서 지어진 이름 남산은 원주란 도시 형성의 기준이 되었다. 남산이란 이름의 산은 많은 도시에 있다. 그만큼 도시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조선시대 고지도에도 남산은 많이 나온다. 여지도서, 동여도, 관동지, 강원감영도 등에 남산이 표기돼 있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그 만큼 중요시했다. 남산을 중심으로 강원감영, 원주향교, 원동성당, 구 조선식산은행 등이 들어섰고 꼭대기에는 대표적인 역사문화유산 추월대(秋月臺)가 있었다. 조선시대 강원도 관찰사이며 문장가 이민구(1589~1670)가 남산에 올라 치악산 위에 뜬 달을 즐기면서 지었다고 한다.

남산에는 근 현대의 해방과 한국전쟁을 겪으며 원주 사람들의 삶의 흔적이 적나라하게 남았다. 한국전쟁 때 피란민들이 모여 살면서 형성된 달동네다. 나무와 작은 숲 사이사이에 집을 지었고 녹지가 아주 양호했다. 봄이면 꽃들로 덮였다. 낡은 집을 리모델링하고 망가진 골목길을 손보면 남산 마을 전체가 예술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상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며칠 전 남산 옆을 지나다 충격과 함께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가슴속에서 뭔가 치밀어 올랐다. 남산이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재개발한다고 해서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마치 거대한 삽으로 산을 떠낸 듯 한 모습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뽀얀 황토위에서 장비들만 바빴다.

서울 창신동은 이명박 정부때 뉴타운 1호로 지정됐다가 주민들이 스스로 해제했다. 그리고 도시재생으로 성공한 모델로 꼽히고 있다. 동네를 싹 밀어내고 새로 짓는 개발 대신 원래 모습을 보존하면서 도로와 휴식 등 공공시설을 확충하는 거주 여건개선 방법으로 성공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10조원씩 정부예산으로 매년 100곳씩 재생사업을 펼쳤다. 원주시도 1,000억원을 받았다. 동해 묵호 논골담길은 연간 50여 만명이 찾는 핫 플레이스가 됐다. 논골담길은 남산과 흡사하다. 80년대 삶의 흔적을 관광 자산으로 활용한 것이다. 통영 동피랑 골목길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의 도시들이 앞 다투어 자기들만이 갖고 있는 삶의 흔적과 역사 문화 유산으로 성공하고 있다.

원주는 역사 문화 관광자산이 되는 귀한 유산들을 다 갈아엎고 쓸어 버렸다. 그러자 볼거리가 없다, 갈 곳이 없다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때 탄생한 것이 창피스러운 괴물 출렁다리다. 10여 년간 천년의 역사와 문화가 쓰레기 취급을 당했다. 도시가 온통 회색 시멘트 덩어리로 덮여도 말이 없다. 원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정체성을 가진 유산은 모조리 지워버리고 그 자리에 부끄러운 가짜들을 세웠다.

매년 수 백 만 명의 관광객이 영국 런던을 찾는다고 한다. 이유는 대영박물관, 파리 루부르박물관을 찾는 관광객이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서라고 한다. 천년의 역사 문화와 조선 5백년의 강원 수부 도시 원주가 어쩌다 무식하고 천한 도시로 전락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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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맨 2022-12-11 21:33:36
아카데미극장 좀 살립시다. 원강수 원주시장이 다 갈아 엎고 주차장 만들려고 합니다. 맨날 전 정권, 전임 시장 타령만 하지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