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강현덕 作 / 심금
[시가 있는 아침] 강현덕 作 / 심금
  • 임영석
  • 승인 2022.12.18 2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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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금心琴

강현덕

언제부터 마음아, 숲을 가졌더냐

소나무 오동나무에 명주실 걸어놓고

바람의 긴 목덜미도 부풀려 두었더냐

 

깊은 강물처럼 흐르기로 했더냐

네게서 전해오는 눈물을 쫓아서

마을로 저 착한 마을로 나도 자꾸만 간다

 

거문고자리 별들도 술대를 쥐려나 보다

너도 네 음역을 흠뻑 넘나들려무나

마음아, 울어보려무나 온전히 울어보자꾸나

 

계간 『발견』2020년 봄호에서

심금(心琴)의 뜻은 외부의 자극에 따라 미묘하게 움직이는 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고 마음 심(心)에 거문고 금(琴)자를 써 거문고 소리에서 느끼는 마음을 뜻한다. 대게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하거나, 감동적인 모습 등을 통해 심금을 울린다고 말한다. 강현덕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거문고가 심금을 울리기까지 지녔던 순간들을 묘사하고 있다. 오동나무 소나무 숲에 이르는 고요를 지녀야 하고, 착하게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터득해야 하고, 거문고 별자리처럼 술대를 움직여 높고 낮은 음역의 벽을 넘나들며 울고 울어서 더는 마음의 흠도 없고 벽도 없고 그 소리 자체가 새로운 삶의 경지를 이끌어 내는 울림을 가져야 심금을 울리는 주인이 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모든 악기들이 소리를 얻기까지 갖는 과정이다. 어느 것 하나 흠이 있으면 소리의 결울 충족하지 못한다. 악기 하나에도 이렇게 마음의 벽을 가르고 무너트리는 심금을 지니고 있음을 본다. 세상에 쓰이는 詩는 시인의 몸을 통해 쓰이고 만들어지는 마음의 악기다. 읽는 사람이 스스로 터득해야 하고 깨달아야 하고 음미해야 하지만 한 편의 시는 세상의 어떤 금은보화보다도 값어치 있는 보물 중의 보물이다. 모든 예술가들이 바로 그 마음을 울리는 명작 하나를 얻기 위해 노력을 한다. 모두 심금을 울리기 위함이다. 심금은 돈으로 만드는 게 아니고 권력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영혼을 불어넣어야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한 예술적 감각이 어떻게 우리들 가슴에 찾아오는지를 되새겨 주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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