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공예, 세상을 이롭게 하다
[기고] 수공예, 세상을 이롭게 하다
  • 이주은
  • 승인 2022.12.25 2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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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은 [사단법인 한지개발원 사무국장]
△이주은 [사단법인 한지개발원 사무국장]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한 ‘행복한 공예교육’ 공고를 접한 건 내게 행운이었다. 2021년 협약기관과의 사회공헌 시범사업 이후 어떻게 재원을 마련해 올해 더 적극적으로 문화 취약계층을 찾아갈지 고민하던 중 사업공고를 본 것이다.

‘행복한 공예교육’ 사업의 취지는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공예가들과 협업하여 문화소외계층에 공예교육을 활용,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고자 한 프로그램이다. 공예가들의 사회·경제적인 활동 지원도 이 사업의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로 의미가 깊은 사업이었다. 한지개발원은 한지와 한지공예를 특화시킨 ‘내게ON한지’ 프로그램으로 공모에 응해 최종 선정, 6월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갔다. 강원도권역의 문화 소외계층 대상자 교육을 책임지는 운영기관으로서 함께할 11개의 운영시설을 선정했고 최종 대상자는 지역아동센터의 어린이와 청소년, 다문화가정의 구성원, 복지관과 요양원의 시니어, 쉼터의 여성으로 정해졌다.

‘내게ON한지’ 프로그램은 대상자별 맞춤 교육으로 진행됐다.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자에게는 고루한 한지공예교육이 아닌 공예교육과 공공미술이 결합되어 그들의 쉼터를 스스로 만들어가며 협동심, 사회성을 길러줬던 [숨숨집 프로젝트], 융복합 공예·미술교육으로 메타버스 등의 매체와 결합되어 창의력 향상에 주안점을 둔 [서양의 색 우리의 모양], [몸에 이로운 우리의 한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처음 한지공예교육이라고 해서 관심이 없던 학생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하며 오색한지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또한 다문화가족 구성원 대상 한국문화의 이해와 가족의 결속력을 다져주는 [紙마음 엮다], 시니어에게는 인생을 고찰하는 인생에세이 작성부터 본인의 수의를 직접 짓고 장수 사진을 촬영하며 마무리하는 [땀으로 엮는 인생 스케치], 경증 치매 대상자는 손의 움직임을 통한 심신의 건강, 대상자 간 친밀도와 연대감 증대를 도모한 [손으로 마음을 함께 이야기해요], 쉼터 여성에게는 심신의 안정과 정제된 공예기술을 습득시킴으로써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존감 회복과 경제활동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발현시키는 [한지공예 직업교육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함께 열정적으로 사업에 임한 19명의 공예 강사들은 소중한 공예의 시간을 공유하며 각각의 문화 소외계층 대상자에게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었다.

원주의 소망주기지역아동센터, 원주시다함께돌봄센터 귀래마을, 원주가톨릭노인복지센터,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원주보훈요양원, 아름다운 집, 원주가족센터, 춘천의 춘천지역아동센터, 봄내지역아동센터, 횡성군가족센터, 영월지역아동센터, 평창군가족센터는 처음 기관 섭외할 때부터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지역’, ‘사람’, ‘사회공헌’ 이라는 화두를 간직하며 한마음으로 진행했다.

프로그램 진행 후 몇 달의 시간이 지나고 사업이 마무리된 지금 ‘한지’가, ‘공예’가 강원도의 그 누군가에게 불을 밝혔고 각자의 삶에 공예의 향기가 더해가는 모습을 봤다. 실무자로서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한 마음과 믿음처럼 결국 공예는 사람을 이롭게 했다. 몰두와 집중, 반복과 성장, 소통과 화합의 시간이 공예를 통해 이루어지면서 우리 모두는 아름다워졌다. 또한 이번 사업을 통해 강원도 전역의 문화소외계층을 만난 것은 우리에게 너무나 큰 행운이었다. 단순하고 즉각적인 경제 효과가 아닌 문화가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경험한 시간이었다.

내게ON한지.

한지가 어느 날 내게로 왔다.

나의 한지 불빛이 반짝반짝 환하게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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