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반도체 대전(大戰)...다윗의 위기 대처법
[비로봉에서] 반도체 대전(大戰)...다윗의 위기 대처법
  • 심규정
  • 승인 2023.01.01 20:3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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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
△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

김진태 강원지사와 원강수 원주시장이 반도체 공장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우려스러운 소속이 연이어 날아들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작년 최악의 실적 부진을 보였다는 소식이다. 반도체 시장이 ‘빙하기’, ‘현대판 보릿고개’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적 부진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중국이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야금야금 늘려나가자, 미국이 애리조나의 주도 피닉스에 동맹국 유수의 파운드리(위탁생산) 회사들을 집적화해 반도체 게이트키퍼(gatekeeper, 문지기)역할에 나설 움직임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수십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이미 선언했다. 쾌청했던 반도체 기상도에 갑자기 먹구름장들이 몰려와 우리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독일의 초대 총리를 지낸 ‘철의 수상’ 비스마르크는 “철은 국가”라고 말했다. 당시 산업에서 차지하는 철의 비중이 중요했으므로 철이 국가 자체라는 명제 이상으로 중히 여겼다. 지금은 어떤가. 반도체는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전략물자로 인식되고 있다. 핸드폰, 전기차, 청소기, TV, 컴퓨터, 드론는 물론 ‘20세기 석유’라는 데이터센터, 각종 무기체계 등등. 우리 생활은 물론 국가안보와 직결된 물자에 모두 반도체가 내장되어 있다.

반도체 공급이 끓기면 산업은 물론 우리 일상은 마비된다. 모든 산업의 초크 포인트(chokepoint, 전략 관문)인 셈이다. 실제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하면서 전기차 출고 지연이 반년 이상 지속되고 있을 정도다. 반도체를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남중국해를 사이에 두고 미국과 중국이 연일 전투기, 전함을 띄워 일촉즉발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도 실상은 반도체 때문이라고 한다. 파운드리 반도체 시장 세계 점유율 1위인 대만의 TSMC를 영향권 아래 두겠다는 포석이 다분히 깔려있다고 한다.

얼마 전 독일, 일본이 끈질긴 구애 끝에 TSMC 공장을 자국에 유치한 것도 반도체 공급망에서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에서 나왔다. TSMC, 아니 대만의 존재감이 국제사회에서 높아지고 있다. 잘 키운 반도체 회사 하나가 지닌 유무형의 가치는 한 국가의 국방력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바야흐로 반도체 기술력이 곧 국격이자 국력의 토대이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자. 경기도는 세계적 반도체 밸리로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평택캠퍼스 289만 ㎡에 모두 6개 라인을 조성할 예정이다. 1,2,3라인을 가동 중인 가운데 현재 4라인 착공 절차에 들어갔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024년 완공 목표로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일대 448만㎡(133만 평)에 120조 원을 투자해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에 나섰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지역에 첨단 패키징 특화 혁신기지가 구축된 지 이미 오래다. 경기도 시흥·이천, 충남 천안·온양, 충북 음성·괴산·청주는 정부가 추진하는 K-반도체 벨트의 축이다. K-반도체 벨트에 과연 원주가 발을 걸칠 수 있을까. 엄밀하게 따져 보면 다소 버거워 보이는 게 현실이다. 

지난 지방선거 때 김진태 후보와 원강수 시장이 반도체 공장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취임 이후 모든 역량을 동원해 드라이브를 거는 것을 지켜본 도민들은 기대반 우려반의 시각이었다. 성공한다면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면서도 또 한편으론 여사여사한 이유로 ‘계란으로 바위치기’, 심지어 ‘백일몽에 가까운 비전’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이 상존한 게 사실이다. 

“끝까지 해보기 전까지는 늘 불가능해 보인다”라는 넬슨 만델라의 격언처럼 시련과 도전을 오히려 다가오는 기회로 삼는 정반합(正反合)의 자세가 필요하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성공이기 때문이다. 

수적천석(水滴穿石), 작은 물방울이라도 끊임없이 떨어지면 결국엔 돌에 구멍을 뚫을 수 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 우리에게 기다리고 있다. 반도체 공장 유치에 나선 강원도와 원주시가 금과옥조로 삼아야 할 명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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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현순 2023-01-03 15:58:44
김진태도지사와 원강수시장은 삼성전자반도체 공장을 유치 못하면 사기꾼 됨. 반도체클러스터도 말이 안됨. 희대의 사기꾼은 되지 말자.

C-BS 2023-01-02 13:01:31
살아 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JH 2023-01-01 23:10:12
아무리 해도 안되는 일이 있고 후유증이 큰 일도 있습니다. 아둔하거나 머리가 없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