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이기철 作 / 사람과 함께 이 길을 걸었네
[시가 있는 아침] 이기철 作 / 사람과 함께 이 길을 걸었네
  • 임영석
  • 승인 2023.01.01 2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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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함께 이 길을 걸었네

 

이기철

 

사람과 함께 이 길을 걸었네

꽃이 피고 소낙비가 오고 낙엽이 흩어지고 함박눈이 내렸네

발자국이 발자국에 닿으면

어제 낯선 사람도 오늘은 낯익은 사람이 되네

오래 써 친숙한 말로 인사를 건네면

금세 초록이 되는 마음들

그가 보는 하늘도 내가 보는 하늘도 다 함께 푸르렀네

바람이 옷자락을 흔들면 모두가 내일을 기약하고

밤에는 별이 뜨리라 말하지 않아도 믿었네

집들이 안녕의 문을 닫는 저녁엔

꽃의 말로 안부를 전하고

분홍신 신고 걸어가 닿을 내일이 있다고

마음으로 속삭였네

오늘 그들의 소망과 내일 그들의 기원을 안고

사람과 함께 이 길을 걸어가네

 

이기철 시집 『사람과 함께 이 길을 걸었네』, 《서정시학》에서

세상은 참, 인색하다. 칭찬에 인색하고, 용서보다 험담을 더 좋아하고, 비평보다 비판을 더 많이 한다. 그러니 갈등이 유발된다. 이기철 시인의 시집을 몇 권 읽어왔는데 여차여차 SNS로 소식이 와 다시 한 번 시집을 꺼내 읽어 본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하늘에서 내려다본다면 도토리 키 제는 모습과 같을 것이란 생각을 해 본다. 먼저 나라와 나라 간의 대결, 나라 안에서는 지역과 지역 간의 대결, 지역 안에서는 정치적인 색깔로, 직업적인 색깔로, 철학적인 색깔로, 그리고 숱한 의미를 붙여 각자의 노선을 만들어 세력을 형성해 살아간다.. 야생의 동물이 살아가는 것과 같은 모습을 보일 것 같다. 「사람과 함께 이 길을 걸었네」를 읽어보면 푸른 하늘 밑에 살아가는 사람의 삶은 과거, 현제, 미래라는 시간의 흐름을 통해 만나고 헤어지는 모습을 갖고 있다. 특히 길은 두 발 달린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만든 인위적인 공간이다. 그 인위적인 공간에 발을 들여놓는다는 것은 사회적 동물이란 뜻이다. 그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기 위해 어떤 마음을 가져야 갖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시다. 이기철 시인도 시집을 통해 오랜 시간 내 마음에 자리한 시인이다. 서너 권의 시집을 읽으며 느낀 점은 자연 속에서 삶의 질서와 사람의 삶을 조명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다. 꽃처럼 아름다움과 삶의 향기를 퍼트리는 시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과 함께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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