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봇물이 터진 듯했다. 공공기관이나 자치단체는 계묘년 연초부터 시민사회를 향해 신년사를 쏟아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줄곧 시민들에게 희망을 보여주어야만 한다는 압박감, 또는 볼멘소리들이 새어 나온다. 공공기관의 입장과는 달리 시민들은 관련 기관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추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래서 나는 신년사를 제법 꼼꼼히 읽는다.
올해도 연초가 되니, 원주시정에서도 신년사를 통해 정책 의지를 선포했다. 이런 인사말 중에는 ‘기업하기 좋은 경제도시’라는 발표가 눈에 띄었다. 기존과는 다른 이해였다. 원주시의 발전동력을 시민사회보다는 외부 기업에서 찾는 듯했다. 그리고 계묘년에는 기업하기 좋은 경제도시를 만들기 위해 원주시의 행·재정력을 고도로 집중하겠다는 뒷말도 이어졌다.
하지만 갑자기 튀어나온 느낌이었다. 원주시의 거대한 행동 변화를 촉구하는 정책구상이 연초부터 눈앞에 던져진 셈이다. 원주시의 정책 구도는 시민사회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한 일이다. 아무리 지방분권 체제에서 기초자치단체장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도, 시정 운영의 최종 방안이 결정되기까지는 시민사회와의 잠정적인 합의가 어느 정도 이루어져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시민사회의 생활 수준에 대해 부정적이고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가 있다.
원주시에서 ‘기업하기 좋은 경제도시’를 만드는 것은 기업생태계를 새롭게 조성하는 일이다. 이를 명확하게 제시하려면 사전에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졌어야 했다. 그 이유는 원주시정과 개별기업, 시민사회의 입장이 서로 다를 수가 있다. 그래서 기업하기 좋은 경제도시는 ‘원주시 기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신중한 고민이 전제되어야만 했다.
첫째, 기업하기 좋은 경제도시 조성은 원주시의회와도 충분히 교감하고 사전동의를 얻어야 하며, 또한 대내외 기업전문가들과도 충분히 교감해야만 한다. 이런 사전협의 과정은 원주시의 적합한 예산 배분과 운용, 활발한 기업활동 능력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제도적인 걸림돌 해소, 그리고 기업생태계의 조성요인에 대한 사전검토를 충실하게 수행할 수가 있다.
둘째, 원주시정은 현존기업과 외부 유치기업, 그리고 신생기업들이 갖는 기업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한다. 최소한 기업활동 능력을 활성화하려면 원주시가 정책적·재정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잘못 인식해서 기업 유치냐 육성이냐에 따른 규제 완화와 재정지원만을 강조하면 먹튀나 환경오염과 같은 뒤탈이 크게 일어날 수도 있다.
셋째, 수도권 수준 이상의 기업활동 기반과 생산성 향상, 기업 간의 네트워크 형성과 정보공유, 첨단기술력 확보 등 기업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사업지원 기반을 검토해야 한다. 개별기업은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생존능력을 보장받을 수 있는 곳을 선호한다. 입지 기업의 부지확보부터 자재 구입, 제품생산, 유통, 그리고 마케팅까지 넘고 넘어야만 할 산들이 수두룩하다.
넷째, 손쉬운 기업 설립과 인허가 규제 해소, 적합한 환경시설 설치, 종사자 교육 및 생활 기반 시설 등 막대한 예산을 수반한 과감한 규제 완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외에도 마케팅과 지역업체와의 협력, 관내 인력 채용 등 지역 내외부에서 다양한 실체들과의 공존 관계 형성도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보면 원주시에서 추진하려는 기업하기 좋은 경제도시의 기업생태계 조성은 결코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다. 원주시의 막대한 행·재정력 투입을 통한 기업생태계 조성은 우량기업들이 대거 몰려오거나, 관내 기업들이 획기적으로 성장하는 결과물이 드러나야 한다. 따라서 원주시의 기업하기 좋은 경제도시 조성은 치밀하고 실천적인 사업추진 계획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특정 기업들만 혜택을 누리는 잘못된 이해관계에만 치중할 수가 있다. <김장기=지식인연대 강원도부위원장·행정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