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당신의 고향은 안녕하십니까?
[문화칼럼] 당신의 고향은 안녕하십니까?
  • 전영철
  • 승인 2023.01.29 1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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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철 [상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br>
△전영철 [상지대 FIND칼리지학부, 교수]

2022년 지방선거는 지역소멸시대로 접어든 한국 사회에 있어 대안을 찾는 정책을 호소하는 장이었다. 이러한 흐름은 이미 일본에서 감지됐다. 2014년 지방소멸론이 대두되면서 지방창생전략을 수립하여 이듬해부터 전국적으로 확대했다. 우리나라는 2018년 문화적 도시재생 개념이 도입되면서 일본의 지방창생전략에 대한 검토와 우리 현실을 진단하는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고령화되고 감소한 인구를 대체하기 위한 관계 인구정책과 고향세 납부제도에 대한 검토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2023년 새해 들어 고향사랑기부제가 실시되고 있다. 지자체마다 홍보에 매진하고 있다. 관계인구 정책 수립에 있어 양구, 영월이 정책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제세미나 및 전국적인 수준의 포럼을 실시하기도 하였다.

강원도 18개 시·군의 고민과 현실, 노력을 다 알고 있기에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각각 다르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지역도 이제는 마케팅하는 시대에 그 스펙트럼도 매우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강원도에서 지역소멸지수가 최근 가장 위험한 지경에 이르는 지역이 평창, 횡성, 정선으로 나타나고 있고 안전한 지역은 하나도 없다. 그나마 주의가 필요한 도시가 춘천, 원주, 속초 정도로 나타나고 있어 이미 18개 시·군중 15개 시·군이 지역소멸 위험지역에 들어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0년대부터 불어닥친 산업화와 도시화의 물결 속에 고향의 의미도 많이 바뀌었다. 정착과 노동의 가치가 우선시되었던 농경사회, 그리고 생산성과 노동 가치가 우선시되었던 산업화사회, 그리고 이제 4차산업혁명으로 인해 불어닥친 신유목민의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고향의 의미는 무엇일까? 지난 2019년 10월 필자는 지역에 사는 사람으로서 마음을 가다듬은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바로 시인이자 수필가요 언론인이었던 김택근 시인의 ‘신태인 100년’이라는 글이었다. “자식들이 고향을 떠났다. 누구는 공부하러, 누구는 취직하러, 누구는 무작정 기차를 탔다. 기적 소리가 슬픔을 머금었다. 자식들을 도시로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던 어머니의 어깨가 흔들렸다. 아버지는 처음으로 어머니 어깨를 감싸 안았다. 부모들이 갑자기 늙었다. 홀로 된 어머니들이 많아졌다. 빈집이 생겨났다. (중략) 그럼에도 고향의 시제는 현재이다. 안부를 묻지 않았지만, 항상 곁에 두었던 고향, 그 속의 시간은 육화(肉化)되어 지금도 흐르고 있다. 빈 대합실에서 기차를 기다린다. 그대 고향은 무탈하신가”

우리가 도시화와 산업화의 물결 속에 부모님 어깨의 흔들림을 바라보며 도시로 향했듯 우리의 아이들은 정보화의 물결 속에 어느 것 하나 안정적이지 않은 초고속변화의 사회에서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동시에 하게 된다. 원주시는 준 수도권지역으로 변화하면서 농·산촌 지역의 개발압력도 심해지고 농촌다움과 산촌다움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고 여기저기 전원주택단지가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원주다움을 지키는 일은 원주로운 경관을 지키는 일이 전제돼야 한다.

원주시도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해 큰 노력을 하고 있다. 원주에 주민등록지를 두고 있는 사람은 원주에 고향사랑기부를 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지역의 위기시대 주변의 지인들에게 동참을 호소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 제도의 도입에 대해서 관심이 있었던 필자는 고향사랑기부제의 10만 원당 3만 원의 답례품에 대해 농산물이나 지역특산품 제공 일변도에서 벗어나 숙박이나 체험, 관광을 제공한다면 훗날 이주인구의 증가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 이제 말로만 했던 고향사랑에서 벗어나 본인의 고향이나 마음의 고향에 기부하는 일에 새해에는 동참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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