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권선옥 作 / 못을 박으며
[시가 있는 아침] 권선옥 作 / 못을 박으며
  • 원주신문
  • 승인 2023.02.0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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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을 박으며

 

권선옥

 

닭을 가둘 닭장을 짓느라고 못을 박는다

무거운 망치로

쾅쾅쾅, 큰못을 박는다

못 자리를 내어주지 못하는 나무판자는

종잇장처럼 찢어진다

그래, 내 언젠가 어머니 가슴에 못을 박았지

그게 어디 어머니 가슴뿐인가.

때때로 나는 독한 못이 되어

여기저기 마구 구멍을 내고

더러는 쩍쩍 갈라지게 깊이깊이 박혔지

봄은 이렇게 햇볕이 푸짐한데

나는 여기저기 거침없이 못질을 한다

혀를 차면서 혀를 깨물면서

독하게 못질을 한다

아파하는 널빤지에 쾅쾅, 쾅쾅쾅

거칠게 못질을 한다

 

권선옥 시집 『허물을 벗다』, 《천년의시작》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살펴보면 참, 많은 방법들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별을 보면 어떻게 저 어둠 속에서 반짝이며 살아가는지, 꽃을 보면 어떻게 땅에 뿌리내려 살아가는지, 바라보는 것들이 모두 그 나름의 방법으로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권선옥 시인의 작품을 참으로 오랜만에 읽는다. 읽어보는 시 「못을 박으며」는 사람이 살면서 누구나 겪었던 일들일 것이다. 못을 박을 때 못이 박히지 않으려는 것은 나무도 온전히 제 몸을 지키고 싶었던 것이고, 그 힘을 뚫어내기 위해 망치에 힘을 더 주어야 했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그렇게 못처럼 성한 가슴에 못을 박았던 일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젊어서야 단단한 벽도 뚫고 들어서고, 나무도 뚫고 들어서고 못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터이다. 그러나 그 못을 빼야 할 나이가 되면 성한 가슴을 뚫었던 아픔의 상처가 내 생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우리들 삶은 독한 못으로 남아 살아가려는 것이다. 세상에서 빠지지 않고 영원히 존재하는 그런 못으로, 그러나 그 많은 사람이 세상을 살며 얼마나 많은 삶의 못을 박았겠는가? 그럼에도 그 못 들 모두 삭아 언제 어떤 못이 박혔는지 그 틈이 바늘구멍 작아 보이지 않는다. 여기저기서 살아가고자 못 박는 숨소리 가득 들리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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