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방역성공의 밑거름’ 마스크의 불편한 진실
[기고]  ‘방역성공의 밑거름’ 마스크의 불편한 진실
  • 하석균
  • 승인 2023.02.13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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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석균 [송호대학교 간호학과 겸임교수]
△하석균 [강원도의원]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지난 2020년 10월부터 도입된 마스크 착용 의무 조치가 최근 ‘권고’로 전환됐다. 장장 27개월 만이다. 일부 시설을 제외한 대부분의 실내 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마스크를 벗고 생활하니 반갑기도 하고 홀가분한 기분도 들지만 왠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직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 있기도 하고, 공공장소에서는 여전히 마스크를 쓰는 게 더 익숙하고 편하다. 아마도 3년 가까이 착용해온 익숙함, 타인에 대한 배려, 코로나19에 대한 예방 수칙 준수, 미세먼지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은 위험천만한 의무 태만자란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굳어진 습관이 이타성을 불러왔고,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몰고왔다. 

아무튼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로 일상이 자유로워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마스크 세대’ 학생들의 표정도 밝고, 시민들의 발걸음도 가볍다. 도심이 활기가 넘친다. 코로나19 회복력 지수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2020년 3월 29일 자 원주신문에 코로나19 사태와 마스크 대란, 약국의 공적 역할을 기고한 지 3년 만에 노마스크에 대해 글을 올리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정부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면서 확진자에 대한 7일간 격리는 그대로 존치키로 했다. 코로나19를 일반 감염병으로 관리하는 한편 코로나19 확진자를 격리함으로 재감염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처방이라 본다. 우리나라 국민의 항체 생성률은 99% 가깝다고 한다. 

그만큼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력, 저항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의료시설이나 감염 취약시설, 대중교통 등에서도 마스크를 벗을 수 있으려면 코로나19의 법정 감염병 등급이 2급에서 4급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지난해 초 실내 마스크 착용을 해제했다. 지난해 12월 독일, 핀란드 두 나라에 방문했을 때 공항이나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람의 감정은 언어를 뛰어넘어 눈이나 입 모양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상대방이 싫을 때 눈을 흘기기도 하고, 맘에 안 들거나 시샘할 때 입을 삐쭉 거리기도 한다. ‘입이 입는 옷’이라 불리는 마스크의 착용 여부에 따라 미묘한 감정 표현의 차이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마스크 착용 시와 벗었을 때의 인상은 극명히 드러난다. 마스크를 쓰게 되면 눈만 보이고 그쪽으로 시선이 모여 눈이 예쁘니 얼굴이 예쁠 거라고 추정하다 마스크를 벗으면 실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장기간 마스크를 쓰다 보니 말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고, 입 모양도 마스크에 가려져 있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어린이 언어 교육 현장에서 많은 장애를 가져왔다.  

일상 회복을 통해 점차 코로나19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에겐 또 다른 숙제를 안겨주었다. 바로 폐마스크 처리 문제다. 코로나19가 창궐할 때 하루에 2,000만 개 이상 마스크가 팔릴 정도로 한동안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언제 또다시 변종바이러스가 출현할지 모두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마스크가 다시 필수소지품으로, 그래서 또다시 품귀상품으로 분류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마스크 필터는 주성분이 폴리프로필렌으로 소각 시 1군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배출된다. 매립 후 분해까지 400년 이상 걸린다. 지금도 일상 곳곳에서 아무렇지 않게 마구 버려지는 마스크의 폐기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현재 일반쓰레기로 배출되고 있는 폐마스크의 분리수거를 위해 전용 수거함, 마스크를 올바르게 버리는 방법에 대한 교육 및 홍보가 절실하다. 

희소식도 전해졌다. 특허청에 따르면 환경 오염 방지를 위한 친환경 생분해성 마스크 관련 기술 특허출원 건수가 늘고 있다. 약국에서 의약품을 담아주던 비닐도 이제는 100% 분해되는 친환경 비닐을 사용한다. 5~6년마다 주기적으로 찾아왔던 바이러스 확산, 유일한 예방은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개인방역이었다. ‘방역 성공의 밑거름’인 마스크가 인과응보로 동전의 양면처럼 생태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환경 보존도 함께 고민하는 사고의 전환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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