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원주화훼단지를 실패의 거울로 삼아야
[기고] 원주화훼단지를 실패의 거울로 삼아야
  • 김대중
  • 승인 2023.02.19 23:2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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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언론인)
△김대중[원주옻칠기공예관장]

망각(忘却).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지능을 가진 인간에게 기억은 참으로 귀한 능력이지만 망각 또한 중요하다. 망각이 없으면 사는 게 너무나 고단할 것이다. 평생 동안 뇌에 입력된 모든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비극 중에 끔직한 비극일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나 공익적으로 잊지 말아야 할 일들이 있다. 왜냐하면 잊지 말고 현재와 미래에 귀감으로 삼아야 하고 써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잘 된 것은 잘 된 대로 잘못된 것은 잘못된 대로 중요하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했다. 일제 강점기에 일제가 우리 민족에게 저지른 반인륜적이고 비인간적인 만행을 잊으면 그런 일이 되풀이 될 수 있다. 다시 그런 비극을 당할 수 있다.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역사를 잊지 말 것을 강조한 이유다.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황제가 당나라 2대 왕인 태종 이세민이다.

중국 역사상 가장 번영을 이룬 왕으로 태평성대를 구가하며 중국이란 거대한 국가의 튼튼한 기반을 구축했다. 태종의 곁에는 만고의 충신인 위증이란 명재상이 있었다. 위증과 태종과의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늘 묵숨을 내놓고 태종에게 직언을 한 신하의 상징이다. 그 충언은 당연히 나라를 위한 것이었다. 왕이 통치를 잘못하면 나라가 망가지기 때문이다. 그런 위증이 죽자 태종은 통곡을 했다. 태종은 ‘구리를 거울로 삼으면 의관을 단정히 할 수 있고 역사를 거울로 삼으면 흥망성쇠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으며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자신의 잘잘못을 알 수 있다. 위증의 죽음으로 거울 하나를 잃었다’고 슬퍼했다. 역사를 거울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원주시민들은 원주화훼관광특화단지 사업을 망각의 강물에 던진듯하다. 장장 12년 동안 언론을 도배하고 시민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했던 원창묵 전시장의 최대 역점 사업이었다. 문막읍 궁촌리 일대에 추진하며 일부 토지 보상까지 진행되다 물 건너갔다. 사업 주체 사업자는 감옥에 갔다. 원주시 예산을 출자하고 민간자본을 유치해 추진한 대규모 프로젝트다. 원 전시장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큰 꿈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원주를 사랑하는 열정에서 연간 30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목표로 추진된 대한민국 최대의 꽃을 소재로 한 사업이었다. 꿈은 좋았다. 현실성 없는 사업이란 판단을 못했다. 막말로 돈이 되는 사업이었으면 지자체가 출자해서 추진하는 사업에 왜 대기업들이 투자하지 않았을까. 그걸 간과한 것이 패착이었다. 좋다. 사업이란 실패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문제는 실패한 사업에서 배워야 할 것이 있는데 그걸 잊어버리고 까뭉개 버린것이다.

원주화훼관광특화단지는 엄청난 행정력을 낭비했다. 물론 출자한 원주시 예산은 손실처리하고 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예산도 날려 버린 것이다. 시설에 필요한 에너지 확보를 위한 열병합발전소(SRF) 추진 과정에선 주민들간에 엄청난 갈등을 야기했다. 주민들은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대외적으로 원주시 이미지도 실추시켰다. 이런 것들은 잊으면 안된다. 인터넷에 원주화훼단지라고 검색하면 온갖 업무협약(MOU)과 주민들의 반대 집회와 기자회견 등의 사진과 뉴스로 덮여 있다. 그런데 어떻게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망각할 수 있는가. 후임 원강수 시장은 이를 교훈 삼아야 한다. 그래야 반복되지 않는다. 역사를 잊으면 안된다. 역사는 현재이고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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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희망의 꽃 2023-02-24 15:22:48
원강수 시장님은 원주시의 새로운 희망의 꽃을 키울 것입니다.

문경 2023-02-20 09:33:30
지금 하는 걸로 봐서는 원강수가 절대로 교훈 삼지 않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