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시재생사업과 여성커뮤니티센터 그리고 희매촌.
[기고] 도시재생사업과 여성커뮤니티센터 그리고 희매촌.
  • 이공주
  • 승인 2023.02.26 20:51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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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주 [前 민선8기 원주시장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
이공주 [시민논객]

도시재생사업은 노후 주거지와 쇠퇴한 구도심 활성화를 위한 국책사업으로 우리 원주시는 2018년 학성동이 도시재생사업 대상으로 선정되어(19년~22년)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사업은 24년까지 연장되었다. 학성동 도시재생사업은 희매촌(성매매집결지)을 비롯해 역전시장, 옛 법원 및 검찰청 부지를 포함한 학성동 일대에 총 사업비 217억 원이 투입된다.

그래서 현장을 보고자 학성동 일대를 탐방하였다. 도시재생사업으로 희매촌 40계단의 벽화작업을 하였다고 하였지만, 벽화가 그려진 40계단의 벽들은 이미 폐가이거나 공가였고 40계단을 올라가보니 정상에는 공사로 인하여 길이 막혀 통행이 불가하였다. 아무도 통행하지 않는 40계단에 벽화를 그린 의미는 없었다.

반대 방향으로 다시 올라가보니 각종 고지서가 쌓인 집들이 많았다. 빈집인줄 알고 한 집을 들어갔는데, 집안쪽 깊이 할머니와 장애를 가진 딸이 살고 있었다. 담장은 허물어져 외부 공사장에 노출되고 언덕의 찬바람이 그대로 집안으로 들어왔고, 연탄보일러에, 재래식 화장실이었다. 도시재생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좋을지 몰라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의 안전하게 살 권리는 방치되고 있었다.

[사진=이공주 제공]
[사진=이공주 제공]

역전시장은 아기자기한 공방들로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그러나 벽을 하나에 두고 반대편에는 성매매업소가 줄지어 있었다. 만약 성매매업소가 없었더라면 아마 역전시장은 도시재생사업의 최대의 효과가 날 정도로 발전의 가능성은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과연 성매매업소가 없어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도시재생사업으로 성매매업소가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희매촌에 40여 곳이 운영되고 있고, A도로 건너편까지 하면 100여 곳이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매매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의 자활을 돕고자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희매촌에 여성커뮤니티센터를 건립하였다(1층 커피숍, 2층 소통공간). 운영예산 1억 원(2023년 기준)이다. 커뮤니티센터를 설립하면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공간이 되어서 성매매업소들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였겠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밖으로 나와 몇몇의 주민들과 대화를 하였는데, 여성커뮤니티센터가 바로 옆에 있지만 한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었고, 무엇을 하는 곳인지도 모른다고 한다. 너무 깨끗하기에 오히려 주민들이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었다. 또한 주차장도 없고, 성매매업소 주변이기에 어느 부모가 아이들을 데리고 책보러 오겠는가? 그리고 오전 9시에 문을 열고 오후 6시면 문을 닫는다. 저녁이 되면 그저 불꺼진 건물에 불과할 뿐이다.

여기에서 다시한번 도시재생사업의 방향을 뒤돌아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재생사업을 하는 지역의 특징은 낙후된 도시라는 것이다. 그리고 주민들의 생활이 그리 여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학성동은 희매촌이라는 특수성이 있다. 낮에 커피 마시며 즐길 여유가 있는 주민이 얼마나 될까? 낮에만 운영되는 커피숍보다는 24시간 불이 환하게 켜있어서 밤에도 이용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센터 불빛으로 인하여 안심하고 지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좋겠다.

지난해 11월, 원주시의원의 5분 발언을 살펴보면, 우리의 도시재생사업은 추진 기간이 매우 짧으며, 한정된 예산으로 신속히 끝내려는 것 때문에 굳이 정비하지 않아도 되는 기반시설에 예산을 배정하며, 도로를 과도하게 디자인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렇다. 단순히 예산을 집행하기 위해서 주민들에게 불요불급한 건물들을 마구 지어서는 안된다.

그런데 희매촌 정상에 ‘학성동 도시재생사업 커뮤니티센터’를 또 설립한다고 한다.(23년 6월 착공, 24년 12월 준공) 도시재생사업은 24년에 끝나는데 건물이 24년 준공이다. 그러면 도시재생사업으로 건물을 짓고 사업이 종료되었기에 그 운영은 오로지 원주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현재 여성커뮤니티센터도 도시재생사업으로 건립되었지만, 센터명에 ‘여성’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앞으로 원주시 여성가족과에서 운영을 떠맡아야 한다. 6월에 착공하는 ‘학성동 도시재생사업 커뮤니티센터’는 설립 후에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명확한 목적도 없고 어느 부서에서 운영할지 계획도 없다고 한다.

국책사업으로 건물을 지어놓고, 운영은 원주시 시민세금으로 계속하여야 하는 것이다. 국책사업비도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것인데, 제발 무분별한 건물 설립은 정말 자제하고, 어려운 시민들의 주거환경을 직접적으로 개선하는데 집중하기를 바란다. 주민들의 이용이 어려운 커뮤니티센터를 건립하는 것이 우선인지, 담장이 허물어진 집에서 사시는 할머니가 안전하게 살 권리가 우선인지, 그리고 폐가나 공가의 철거 및 정리가 우선인지 잘 판단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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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2023-03-08 15:31:43
도시재생사업을 안하면 학성동은 우범지대, 희매촌으로 그대로 둡니까? 교육비지급이나 재난지원금과 같은 헛된 돈이나 쓰지 말지요. ㅋ~~학성동 사람들도 원주시민입니다.

미가엘 2023-03-05 10:28:38
불필요한 세금낭비 입니다
과연 주변에는희매촌영업.한편에는 담장은넘어가고있는가운데 무슨도시재생인가?누구를위한것인가? 전면 재검토하야야합니다

학성동 2023-03-01 09:38:42
이곳에서 살아봤소? 희매촌 여성커뮤니티센터와 학성동도시재생센터는 목적이 다르오. 그래 입으로만 떠들지 말고 용기있으면 이곳에서 한 달만 살아보슈

센터짓기는 그만 2023-02-27 11:28:04
정말 공감합니다. 이상한 센터 짓는 것은 그만하였으면 합니다. 원주에 이상한 센터들이 너무 많아요.

Bad Girl 2023-02-27 05:38:27
타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