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안도 다다오가 전해 줄 건축이야기
[문화칼럼] 안도 다다오가 전해 줄 건축이야기
  • 전영철
  • 승인 2023.02.26 20: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영철 [상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br>
△전영철 [상지대 FIND칼리지학부 교수]

오는 4월 1일부터 원주에 있는 뮤지엄 산이 전국 건축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게 된다. 뮤지엄 산을 건축한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세계 순회전시 한국전시가 넉 달간 장기적으로 뮤지엄 산의 기획전시실에서 펼쳐진다. 이미 한국에 오기 전에 동경, 파리, 밀라노, 상해, 북경, 대만 전시를 통해 그 진가를 발휘했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의 길, 50년을 정리하는 250여 개의 건축물을 접하는 대규모 전시를 그가 건립한 뮤지엄에서 접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10년 전 오크밸리의 출발점이었던 현장 콘도미니엄 모델하우스가 있었던 자리에 미술관이 오랜 건축 기간을 거쳐 자리를 잡은 것이다. 리조트에서 가장 조망 점이 좋은 지점이 바로 미술관이 위치한 지점이다. 삼성 고 이병철 회장의 장녀였던 고 이인희 한솔 고문은 전주 한솔제지가 영국계 회사로 매각되자 전주에 있는 종이 박물관의 국보급유물과 소장하고 있던 컬렉션을 모아 이곳에 미술관을 건립하게 된다.

이 미술관의 건축가는 1995년에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안도 다다오다. 일본의 쇠퇴한 중공업 단지가 모여있는 세토내해의 나오시마섬에 지중미술관과 베네세하우스, 이우환 미술관 등을 건립해 세계적인 트리엔날레 미술제로 성장시킨 동기를 유발한 인물이기도 하다. 원주에 뮤지엄 산이 건립된 것은 원주시민에게 있어 큰 축복임이 분명하다. 미술관 건축물 자체가 예술작품이 되고 어디로 옮겨갈 수 없는 원주에만 있는 미술관이 탄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안도 다다오는 공고 기계과를 나와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했고 결국 동경대 객원교수까지 오르게 된다. 그는 건축 잡지를 보다 건축가가 되기로 결심했고 좋은 건축물을 보기 위한 여행비용을 벌기 위해 권투선수 생활까지 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도 ‘청춘’이다. 한 집념을 가진 건축가의 건축에 대한 사상, 철학, 도전 그리고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까지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이 제주도의 휘닉스아일랜드 유민미술관, 서귀포의 본태뮤지엄 등등이 있지만, 원주의 뮤지엄 산이 주목받는 이유는 자그마한 산의 정상에 뮤지엄을 설계하면서 정원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또한 하늘의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사각, 원형, 삼각의 개방된 구조의 건축물, 물의 정원, 경주의 고분군을 모티브로 한 스톤가든, 그의 특징인 빛에 대한 사려 깊음은 가히 압권이다. 세계적인 빛과 명상을 접목한 제임스 터럴과의 만남을 통해 완성한 제임스터럴관도 명물이다.

말하는 건축가 정지용 선생과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 춘천 상상마당의 김수근을 통해 건축물이 지역의 가치와 장소의 가치를 높이는지에 대해 충분한 학습을 하였다. 다큐멘터리 영화와 추모 전시를 통해서 익히 알고 있다. 세계적인 부호들은 남미의 한 사막 위에 세워진 미술관에서 펼쳐지는 제임스터럴의 전시를 보기 위해 전세기까지 동원해서 찾아간다는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

창의력이 시대의 흐름인 지금, 건축을 넘어 예술의 경지에서 만나는 한 건축가의 집념과 철학,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 이뤄내는 건축의 이야기를 원주에서 넉 달 동안 만나는 즐거움이 펼쳐질 것이다. 이러한 계기를 통해 도시에서의 건축이 수직 사회의 도시가 아닌 빛과 자연과 주변의 조화를 통해 수평적인 건축물이 많아지는 도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이인희 고문을 뮤지엄산 물의 정원, 테라스 카페에서 우연히 뵌 적이 있다. 물의 정원 끝자락의 나무의 수종, 크기, 위치까지 섬세하게 말씀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한 건축가의 집념과 한적한 자연 속에 뮤지엄을 만들고자 했던 건축주가 만들어 낸 하나의 작품은 이렇게 탄생했다.

그리고 대한민국 관광 역사상 가장 빠른 시간에 한국관광100선에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다. 건립 초기에 서울 사람들은 에버랜드와 서울랜드, 롯데월드 등 놀이공원의 연간회원권을 갖지만, 원주시민들은 뮤지엄산 연간회원권을 갖고 있다고 자랑한 적이 있다. 바로 원주에 사는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이번 전시를 많은 원주시민이 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잔잔한 파장이 오크벨리를 넘어 원주시로 넘어와 많은 시민이 좋은 건축, 착한 건축에 대한 욕구가 많아졌으면 더할 나위 없다. 한 건축가의 집념의 결과물이 250여 예술작품이 되어 원주시민에게 들려줄 건축이야기에 벌써 가슴이 설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