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창간 9주년 즈음하여...코뿔소와 하이에나의 DNA
[비로봉에서] 창간 9주년 즈음하여...코뿔소와 하이에나의 DNA
  • 심규정
  • 승인 2023.03.05 19:52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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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
△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

한겨레신문과 MBC의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한 언론인 김중배 씨는 언론 민주화 투쟁의 상징적인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의 저서 「미디어와 권력」에서 언론을 ‘해바라기 언론’, ‘하이에나 언론’, ‘코뿔소 언론’, ‘달걀 춤 언론’으로 분류했다. 그의 언론관은 이렇다. 코뿔소 언론은 여린 표적을 만나면 코뿔소처럼 저돌한다는 뜻이다. 달걀 춤은 중세 유럽에서 유행했던 춤인데 달걀 춤 언론은 어느 쪽도 다치지 않는 양시론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의 하이에나가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가를 눈여겨보면, 힘의 변화를 쉽사리 확인하게 된다. 코뿔소가 저돌하는 방향을 따라가면 오늘의 희생양이 누구인가를 알게도 된다. 달걀 춤이 피어나면 지금은 어느 쪽에도 힘을 기울지 않는 전환의 시기임을 직감하게도 된다”라고 말했다. 언론에 던지는 날카로운 경구라 할 수 있다.

‘정직한 목격자’를 이정표 삼아 지난 2014년 창간한 원주신문이 7일로 창간 9돌을 맞았다. 단계택지 본가의 2평 남짓한 작은 방에서 백지상태인 인터넷 원주신문에 기사를 하나하나 채워 넣던 기억, 이듬해 법인 전환과 함께 지면 발행을 했던 일, 물론 초창기 흠도 많고, 촌스러워 얼굴이 화끈거릴 때도 있었지만, 지금 어엿한 원주신문의 틀을 갖추게 된 데는 당시의 시행착오가 큰 도움이 됐다.

사실 언론이 정직한 목격자가 된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다. 왜일까? 언론은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방부제, 감시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공적 기능과 함께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주식회사이기 때문이다.

두 가치를 적절히 병행하며 저널리즘의 본령을 추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때론 해바라기 언론 같고, 때론 하이에나 언론 같고, 때론 코뿔소 언론 같고, 때론 달걀 춤 언론 같고…. 변검 배우가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춰 가면을 수시로 바꿔가며 연극을 하는 것처럼. 이런 언론의 곡예가 상황에 따라 독자들에게 실망, 희열, 통쾌, 권력자·자본가의 애완견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원주신문은 과연 어느 쪽일까. 적어도 약자는 건드리지 않았다는 사실, 힘이 꽤 있는 권력자에 대해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는 사실, 때론 양쪽 다 그르다는 양비론(兩非論), 양쪽 다 맞다는 양시론(兩是論)을 추구했다고 본다.

그러나 양비론, 양시론에도 맹점은 있다. 바로 50대 50 기계적 중립을 통해 객관적인 척하는 거짓 등가성(False Equivalence)이다. 진실 추구보다는 누구는 이러쿵 했다 누구는 저러쿵 했다며 ‘전언저널리즘’을 추구해 사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편할 법도 하다.

고백하자면 원주신문이 팩트에 충실하면서 이도 저도 아닌 것처럼 처신한 것은 진실 추구를 방기한 것이다. 변화맹시라는 말이 있다. 일상적인 변화에 매우 둔감하다는 뜻이다. 기자들의 자의적인 필터링을 통해 만들어진 ‘신문이란 창’을 들여다보는 독자들의 판단을 언론이 흐리게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흔히들 사람의 몸은 영혼을 담은 그릇이라고 했다. 학자들에 따르면 사후 시체에서 빠져나간 영혼의 무게는 21그램이라고 한다. 신문 한 부의 무게만 못하지만 기자 개개인의 영혼이 모인 신문을 ‘영혼의 결정체’ 혹은 ‘영혼의 옷’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영혼의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판단해 불편부당, 불요불굴의 자세로 독자들이 하고 싶은 말, 답답한 가슴의 응어리를 확 뚫어줄 수 있는 카타르시스 같은 언론의 길을 가겠다. “비판언론이 없으면 민주주의가 없다”란 칼 마르크스의 말처럼 ‘작지만 강한 언론’ 원주신문의 영혼의 심지는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이다. 독자들의 ‘영혼의 단짝’이고 싶다. 때론 스모킹건도 마다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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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sskim 2023-03-06 11:38:17
언론사의 기조와 글이 감동입니다. 원주신문 창간 9돌을 축하드립니다. 원주시민을 대변하며, 무궁무진한 발전을 기원드립니다^^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심규정 2023-03-06 09:38:58
독자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행태,
단호히 배격합니다.
원주신문은 그저 독자들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최근 노골화하고 있는
언론을 길들이기 하려는 의도,
비판 언론에 족쇄를 채우려는 시도에 당당히 맞설겁니다.
권력은 유한하고,
언론은 무한합니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같은 분들,
광고 주지 마십시요. 받지 않겠습니다.
원주신문은 독자들의 신뢰를 먹고 살겠습니다.
우리에게 어떤 불이익을 주더라도
원주신문의 논조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밝힙니다.

영혼의 네비게이션 2023-03-06 09:06:58
영혼의 네비게이션~~~ 언론은 그래야 합니다.
원주신문의 9주년을 축하합니다.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백범 2023-03-05 20:46:21
참된 언론의 길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