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의 이미지를 쇄신시켜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 터지게 고민해야 한다.
역시 강원도는 변방이었다. 감자바위고 비탈이었다. 지난 15일 정부가 발표한 첨단 분야 핵심 사업에 대한 계획은 또 한번 강원도의 위상을 입증했다. 반도체를 비롯 이차전지, 바이오, 미래차 등 첨단 분야 6대 분야에 민간 주도로 550조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보면 그런 생각이 절로 나온다.
투자 계획 지역을 대한민국 지도로 놓고 보면 더 리얼하다. 강릉에 준 천연물 바이오는 좀 어색하기까지 하다. 아마도 구색 맞추기 아니면 너무 심한 거 같아 동냥하듯 던져 준 듯하다.
특히 반도체 첨단 분야는 반도체클러스터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는 원주와 강원도를 허탈하게 한다. 수도권 용인에 집중했다. 용인에 구축되는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체 투자액의 절반이 넘는 300조원 규모가 투입된다.
2009년 이명박 정부 때가 생각난다. 원주는 정부의 초대형 국책 프로젝트인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에 혼신을 기울였으나 실패했다. 당시 원주는 의료기기산업 기반이 전국 최고여서 가장 유력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정치 노름에 고배를 마셨다. 대구와 충북 오송이 나눠 먹으면서 원주는 찬밥이 됐다. 그때 첨단의료복합단지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정부 관료는 강원도 출신 한승수 총리였다. 그 마저 강원도를 물로 봤다.
원주는 1998년부터 참으로 눈물나게 고생하면서 첨단의료기기산업의 인프라를 일궜다. 의료기기업체 클러스터화를 구축했고 생산액과 기업수 등 모든 면에서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고였다. 관련 중앙부처 실무자들은 하나같이 원주를 최고로 쳤다. 그런데도 그 유치한 정치판에서 박살났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MB의 결정이었다고 한다.
이번 일도 이미 결정됐고 예견된 일이다. 강원도는 땅 넓이는 전국의 17%다. 하지만 인구와 지역내총생산(GRDP)은 3%를 틀 안에서 수 십 년째 탈출을 못하고 있다. 정치는 사람 숫자와 돈이다.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이토록 취약하니 언제나 뒷전이다. 작년 이맘때 치러진 대선에서 강원도 사람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5번째로 높은 득표율로 도왔다.
윤 대통령에게 54%, 이재명 대표에게 41%를 주었다. 표차로 보면 12만표. 전국 표차의 절반이었다. 아전인수라고 하겠지만 어찌보면 강원도의 표가 윤 대통령을 당선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3%가 절반의 역할을 하는 곳이 강원도다. 늘 그랬다. 아이러니고 슬픈 일이다.
숙명의 3%에만 얽매어져 변방 취급을 받는 게 아니다. 강원도의 도지사, 시장 군수, 국회의원을 비롯 지도자들의 역량도 변방 역할 탈피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소위 능력자가 없는 것이다. 제대로 일을 못하고 엉뚱한 일만 하고 있으니 중앙에 어떻게 인식될까. 무능이다.
원주를 보자. 부론산업단지 하나를 20년이 돼 가도록 해결을 못한다. 대한민국 어느 지자체에서도 볼 수 없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다른 공단을 조성한 것도 아니다. 기업도시인지 아파트 도시인지를 제외하면 20여 년이 되도록 공단을 단 1개도 만들지 못한 곳이 원주다. 기업들이 공장을 지을 공단 부지를 찾은 지가 수년째다.
인접 횡성과 제천으로 가고 있다. 이런 원주시를 중앙 정부에서 어떻게 볼 것인지는 뻔하지 않은가. 대외적으로 원주의 이미지가 됐다. 오랜 시간에 걸쳐 망가질대로 망가진 원주의 이미지를 쇄신시켜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 터지게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