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원주의 색은 무엇입니까
[문화칼럼] 원주의 색은 무엇입니까
  • 전영철
  • 승인 2023.03.26 2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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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이라는 메시지는
큰 금액을 투자하지 않고도
지역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하고 명확하게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지역의 이야기를 전하는 강력한 수단이 되었다는 것이다.
△ 전영철 [상지대 FIND칼리지학부 교수]
△ 전영철 [상지대 FIND칼리지학부 교수]

코로나가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그동안 움츠렸던 저마다의 욕구가 여기저기서 분출되고 있다. 노란 꽃망울을 터트린 구례 산수유축제며, 광양 매화꽃 축제에는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고 예년보다 빠르게 다가올 벚꽃의 개화에도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겨울부터 시작된 세계 각국 루이뷔통 매장의 변신이 외신을 뜨겁게 달구었다. 쿠사먀 야오이의 다양한 색깔의 조형물과 작품으로 건물을 마치 예술작품처럼 꾸미는 협업을 통해 마케팅 효과를 단단히 누리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날라 온 사진을 보고 코로나 이후의 욕구 분출은 색채를 통해 눌러왔던 욕구의 분출이 있으리라는 것을 직감하였다. 루이뷔통 그룹은 오랜 경험을 통해 소비자들의 의사결정에 있어 시각이 87%의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이미 간파하고 가장 파격적인 작가와 협업을 통해 이슈를 선점한 것이다.

시각을 다시 국내로 돌려 신안군 박지도로 가보자. 신안군과 지역주민들은 반월도와 박지도에 자생하는 도라지군락지의 보랏빛 특성을 살려 보랏빛 섬을 조성하고 ‘퍼플섬’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언론이 주목했고 급기야 CNN은 2021년 8월 반월도는 온통 보랏빛으로 사진작가들의 꿈 꾸는 섬이다라는 소식을 타전했고 대거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엔 세계관광기구(WTO)에서 선정한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에 선정되기에 이르렀다.

[사진=전남 신안군청 홈페이지]
[사진=전남 신안군청 홈페이지]

몇 백억의 돈을 투자하고도 효과는 커녕 애물단지로 전락한 많은 하드웨어 중심의 관광지에 신안군 퍼플섬의 컬러마케팅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우리나라 지자체에 있어 컬러마케팅을 활용한 것은 신안이 처음이 아니다. 나름 효과를 본 것이 전남 장성이다. 용이 꿈틀거리듯 흐르는 황룡강을 따라 노란 꽃을 심고 수변정원을 만들어 많은 사람의 마음을 빼앗았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꽃축제를 못 하는 사이 신안 퍼플섬이 먼저 치고 나간 격이 되었다. 아이러니하게 컬러풀대구(Colorful Daegu) 라는 도시브랜드를 갖고 있던 대구는 이를 포기하고 파워풀대구(Powerful Daegu)를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원주의 색은 무엇입니까? 필자가 연구책임자로 참여했던 원주 문화비젼 2020의 2013년 계획에서 시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초록색’이 압도적이었다. 이는 치악산과 문막평야 등 원주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적인 배경이 가장 큰 특징으로 보였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원주의 도시브랜드나 상징물에 초록색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은 이와 무관하게 보이지 않는다. 생명 문화의 도시, 농민의 날 발상지 등등 원주가 내포하고 있는 친환경적이고 친생태적인 이미지와도 일맥상통해 보인다.

컬러마케팅은 분명 색채라는 메시지를 통해 지역이 또는 개인이, 기업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이미지를 가장 강력하게 표출하는 수단임이 분명하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억눌렸던 욕구를 다양한 색감을 통해 표출하려는 욕구가 표현되는 기제로 작동할 것이다. 소소한 색을 향유하는 즐거움에서 벗어나 루이뷔통 그룹이나 전남 신안군같이 지역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일시적이고 단발적인 노력으로 색을 통한 지역마케팅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은 큰 착각이다. 전남 장성에서 보듯이 신안군의 메시지가 더 강하기에 쉽게 이슈를 빼앗기고 만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색이라는 메시지는 큰 금액을 투자하지 않고도 지역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하고 명확하게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이제 세계화 시대에 지역의 이야기를 전하는 강력한 수단이 되었다는 것이다. 반면 다양한 개인의 개성이 존중되어야 하는 시대에 획일화를 전략적으로 강요한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존재한다.

한국전쟁 이후 원주하면 잿빛 군사도시였지만, 이제 몇 십년 만에 초록색 도시로 바뀌었다. 원주는 시민들과 외부인들이 느끼는 원주의 색을 어떻게 관리하고 또 가꾸어 가야 할까? 코로나 이후 다양한 색채의 향연이 펼쳐질 텐데 원주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원주의 색은 무엇입니까? 라는 물음에서부터 그 답을 찾아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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