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탈리아 사회적 협동조합이 던지는 메시지
[기고] 이탈리아 사회적 협동조합이 던지는 메시지
  • 곽문근
  • 승인 2023.04.09 2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활에 성공한 사람들이 남아서
재활치료를 함께 도우며
공유가치를 존중하는 사업성과를 올리고 있다
△곽문근 [원주시의원]
△곽문근 [원주시의원]

이탈리아 북동쪽 해안가 에밀리아로마냐주 리미니현에 산 파트니냐노(San patrignano)라는 사회적 협동조합이 있다. 지난 1978년 비센조 무치올리가 설립했는데, 약물중독자들의 공동체 재활프로그램으로 유명한 곳이다.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농사를 짓고 이곳에서 생산된 원료를 이용해 포도주와 생필품을 만드는데 가방·의류·기념품으로 꽉 찬 전시매장을 둘러보다 높은 품질에 깜짝 놀랐다. 심지어 이곳에서는 다양한 메뉴의 식당도 운영하고 있었다. 직원이 약 300명에 이르고 1,300여명이 치료를 받고 있었다. 재활비율이 70%가 넘는다는 관계자의 말에 좀 더 이곳 시스템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60%는 기부금으로 나머지 40%는 이곳에서 생산해 판매한 수익금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관(官) 지원은 아예 없다고 강조했다. 

치료의 기본정신을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삼고 있는 이곳은 특히 재활에 성공한 사람들이 남아서 재활치료를 함께 도우며 공유가치를 존중하는 사업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 시설에 대한 재활치료 참여자 가족의 신뢰가 매우 높다고 한다. 이곳에 들어오면 최소 3년은 사회와 단절된 생활을 하게 되지만, 누구도 운영시스템에 불만을 품은 적이 없고 노동대가에 대해 언급한 적도 없다고 한다.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노동이므로 오로지 완쾌를 염두에 둔다는 것이다. 국가나 자치단체에서 손이 미치지 않은 곳에 눈길을 주었기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도 겪었다고 했다. 

원주시는 2023년 본예산 대비 사회적 경제 육성을 위해 약 42억 원, 협동조합 육성을 위해 약 9억원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의 사용목적이나 취지에 비해 자생성과가 높지 않다는 것이 현안이라는 관계자의 언급이 새삼 떠올랐다. 자생력을 키우려면 확연한 연결고리의 확립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검증된 인큐베이팅사업이 필요한데 그렇지 못하니 폐업비율이 높다는 것과 사회적 협동조합의 설립목적이 수요층의 관심과 호응을 끌기에 부족함이 있다고도 했다. 

산 파트니냐노 방문을 마치고 버스로 8시간을 이동하면서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었다. 바로 복지와 사회적 협동조합의 결합이다. 체력이 약한 사회적 협동조합이니 예산지원이 필요한 현실과 복지사각지대와의 결합, 그리고 자립이 가능한 일일까? 통상적으로 관(官)이 주도하는 복지의 문제는 소극적 대처방식이고 보수적 성향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지원에서 출발해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보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사각지대는 늘 존재하고 있다. 

원주시에도 알코올중독자처럼 약물중독자가 있지만, 실태조사를 실시해 본적이 없다. 가족이나 지인들에 의해 신고가 되면 병원에 이송되어 폐쇄공간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당사자나 가족 모두 힘겹게 인내하고 재발 우려도 적지 않은 편인데, 산 파트니냐노처럼 개방형 치료방식, 가능할까? 또 이를 사회적 협동조합에서 위탁해 운영토록 한다면 자생력을 갖출 수 있을까? 사회적 협동조합 중에 이에 관심을 가져 줄 곳은 있을까? 많은 생각과 함께한 이동이었다. 허상 속에 머물다 숙소에 도착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