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100선’, ‘안심 관광지’, ‘웰니스 관광지’에 빛나는 지정면 월송리에 위치한 뮤지엄 산을 최근 다녀왔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뮤지엄 산 개관 10주년을 맞아 오는 7월 30일까지 ‘청춘(Youth)’을 주제로 개인전을 연다고 해서 찾았다. 안도의 세계 순회 전시회의 하나인 이번 전시는 그가 설계한 건물에서 열리는 첫 번째 전시회다. 안도가 28살부터 전 세계를 돌며 건축한 250여 개 작품을 잘 정리한 전시회인데, 여든 넘은 나이에도 그의 희망과 젊음(특히 초록사과를 만져보기를 바란다)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는 강연에서 몇 가지 일화를 소개했다. 미술관의 설립자인 고 삼성 이인희(이병철 회장의 장녀)고문과 함께 14년 전에 이곳에 처음 와서 어떻게 이런 시골에 미술관을 세우려 하느냐고 질문했단다. 이 고문의 답변은 확신에 찼고 명쾌했다고 한다. “유일무이하고 유니크한 미술관이라면 전국 혹은 전 세계에서 관람객들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안도는 이 고문의 용기와 강단에 많이 놀랐다는 후문이다. 이 고문이 미술품 수집광으로 알려졌다. 어떤 작품이 소장품 중에 제일 소중하냐고 했더니 “앞으로 지어질 안도의 뮤지엄 산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시대를 관통하는 이 고문의 미술관(美術館)에 대한 미술관(美術觀)에 경의를 표하는 듯했다.
개관 10년이 된 뮤지엄 산은 지금까지 150만 명이 넘게 찾은 원주의 자랑이다. 용기 있는 한 사람의 의지와 천재적인 건축가가 만나서 전 세계 어디도 없는 산속 미술관인 뮤지엄 산을 만들었고 이것이 원주의 보물을 된 것이다. 뮤지엄 산을 방문해서 안도 타다오의 천재성과 현대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느끼고 감상해 보길 권한다. 또한 이번 전시회를 둘러보면서 건축 관련 아이디어가 몇 가지 떠오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을 돌아보며 무겁고 초라한 마음이 앞섰다.
안도의 건축물과 우리 지역 건축물이 교차 연상됐기 때문이다. 안도의 80년도 초기 건축인 경사 60도의 고베의 롯코산에 그 지형 그대로를 살리며 만든 집합주택인 롯코산 주택. 최근 원주에서 진행된 산의 선형 자체를 파괴해 버린 남산(다박골)의 삭막함. 하나는 나무를 그대로 살리고 빛과 물을 조화시킨 자연친화적인 건축 작품이지만 또 하나는 옛 원주여고에 가득했던 아름드리 나무들과 푸르름이 다 사라지고 그늘 하나 없는 남산골문화센터의 초라함과 무모함. 누구는 아무도 찾지 않던 산속에 미술관을 지어서 세계적인 보물을 우리에게 남겨주었지만, 우리는 빼어난 환경은 오간 데 없고 쓸모도 없는 구조물로 만들어 흉물로 재탄생(?)시켰다.
같은 건축을 하면서도 수준 차이와 어떤 의도로 건물을 짓느냐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공간은 미래 세대로부터 빌려 쓰고 있는 것이고 다시 돌려주어야 한다. 이 시간, 앞으로 누군가는 계속 건축물을 지을 것이다. 건물 하나라도 자연 친화적이고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을 작품을 그리고 원주를 빛낼 보물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최선의 방안을 찾아주길 바란다. 자연친화적인 도시건설에 일조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