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박무웅 作 / 시작이 너무 많이 남았다
[시가 있는 아침] 박무웅 作 / 시작이 너무 많이 남았다
  • 임영석
  • 승인 2023.04.16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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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너무 많이 남았다

박무웅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사람에게

주어진 시작과 끝의 횟수가

동일하지 않다는데

내겐 시작이 더 많았을까

아니면 끝이 더 많았을까 궁금해지는 것이다

그런 궁금증을 뒤져보면

남아있는 끝의 개수는 알 수 없고 다만

시작은 꽤 많이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시작은 지금 당장 실행해도 될 것 같고

또 어떤 시작은 때를 조금 더

기다려야 될 것 같은데

새로 발견한 시작 하나를 들고

이 봄밤을 잠 못 이루는 것이다

 

지나온 생을 돌아보면

험난했던 시작들과

영예로웠던 끝이 적지 않지만

그래도 나는 아직 시작을 찾고 또 찾는 것이다

끝은 더 이상 내 몫이 아니다

팽팽하고 질긴 시작 하나를 골라서

시위를 매고 힘차게 당겼다 놓으면

시작은 저 멀리까지 순식간에 날아가 꽂힌다.

나보다 더 나를 앞질러가는

끝을 저 멀리까지 보내놓고 나는 또

천천히 그곳까지 걸어가는 것이다

 

모든 가을은 봄에서 시작되었고

또 모든 봄은 겨울에서부터 걸어온 것이니

꽃피는 일을 시작하고

열매 따는 끝을 기다리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두근거리는 시작 하나를 골라 들고

오랜 궁리를 싹틔울 생각을 하는 것이다

 

 

계간 『시와정신』 2022년 여름호에서

세상을 살면서 무엇을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만큼 두러운 것은 없다. 생소하고, 낯설고,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작은 매일매일 부딪쳐 이겨내야 한다. 어제와 오늘이 다른 것 같지만 다른 것은 하나도 없다. 생각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항상 같은 생각을 지니고 있다면 이 또한 매너리즘에 빠져 한 발도 앞으로 갈 수가 없다. 생각을 달리한다는 그 자체가 시작이 아닐까 한다. 보통 60세 이전까지는 어찌어찌하여 직장을 다닌다. 그 과정도 만만치가 않다. 돈 버는 일을 빼고 나면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은 취미와 건강에 대한 일들이 전부가 될 것이다. 박무웅 시인의 시 「시작이 너무 많이 남았다」를 읽으면서 시작의 의미와 끝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시작이란 어떤 행동을 하기 위한 첫 단계를 말하고, 끝은 그 마무리 단계를 말한다. 운동을 했던 선수가 운동을 관두고 그 분야가 아닌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은 위험이 항상 도사린다. 그 위험을 이겨내는 일, 그 두려움을 이겨내는 일을 감내할 수 있어야 시작이 순조롭다. 말은 세상이 100세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나 참 난감하다. 무엇을 시작해야 하는지, 어떤 것을 시작해볼까?라는 생각들뿐이다. 수많은 생각들을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그 삶이 새로운 시작일 것이다. 해마다 맞이하는 계절이 주는 의미만큼 시작은 많다. 그러나 그 결론의 매듭이 뒤따라주지 않는다. 그런 의미로 이 시를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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