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뮤지엄 산과 출렁다리
[기고] 뮤지엄 산과 출렁다리
  • 김대중
  • 승인 2023.04.14 12:1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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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원주옻칠기공예관장]
△김대중 [원주옻칠기공예관장]

지난달 31일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원주를 방문했다. 정확히는 그가 디자인 설계한 뮤지엄 산의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뮤지엄 산을 찾았다. 그날 문광부 차관을 비롯해 문화계 관계자들이 대거 원주 뮤지엄 산에 몰렸다. 이제 뮤지엄 산은 원주의 상징물이 됐다.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박물관이 원주에 있는 행운으로 원주란 도시의 품격도 높아졌다.

요새 평일에는 600여 명, 주말에는 2,000여 명이 찾는다고 한다. 2013년 개관 초기에는 찾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박물관 측은 당시 할인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요새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인기가 하늘을 찌를듯하다. 일반인들의 관람도 많지만, 건축과 미술 지망생들의 성지가 됐다. 대부분 수도권 사람들이다. 

한솔그룹 측은 뮤지엄 산이 들어선 자리에는 원래 고급 타운하우스를 지어 분양하려는 계획이었다. 1만 5천여 평의 작은 동산 부지의 경관이 좋아 적지였다. 작고한 이인희 고문이 2005년 뮤지엄 건립으로 계획을 바꿨다. 이에 앞서 1997년 한솔그룹은 모기업인 전주제지에 국내 최초의 종이박물관을 건립했다, IMF 구조조정 과정에서 전주제지 공장을 매각하면서 종이 박물관을 을 원주로 이전키로 한 것이다. 

이 종이 박물관에 청조 갤러리를 합쳐 2013년 탄생한 것이 뮤지엄이 산이다. 청조(淸照)는 이인희 고문의 호다. 이 고문은 이병철 삼성 설립자의 장녀이며 한솔그룹의 창업주이다. 종이박물관(페이퍼 갤러리)은 유물 박물관이고 청조 갤러리는 소장품과 현대미술 작품 전시공간이다. 특히 국보 제277호인 초조본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 36이 소장돼 있다. 이 국보는 고려 현종 때인 1011년~1031년에 닥종이에 찍은 목판본이다. 

가로 891㎝, 세로 28.5㎝ 크기의 종이 17장이 서로 연결돼 두루마리처럼 말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의 원류인 초조대장경 일부분으로 줄여서 화엄경이라고 부른다. 이외에도 보물 8점이 있다. 또 파피루스부터 성경, 코란 등 초창기 종이와 인쇄술의 발전을 보여 주는 유물들도 있다. 이 고문이 뮤지엄 산을 워낙 애지중지해 2019년 HDC에 오크밸리 매각에도 제외됐다. 

박물관 산의 명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안다 다다오 때문이다. 생전에 이 고문은 안도 다다오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런 인연으로 그에게 뮤지엄 산 디자인 설계를 맡겼다. 안도 다다오 자신도 뮤지엄 산을 특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한다. 이미 뮤지엄 산에 서너 번 다녀갔다고 한다.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 수상자이기도 한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은 국내에 몇 개 안 된다. 강원도에는 원주에 유일하다. 

그의 건축물은 그 자체가 소위 흥행 보증 수표다. 노출 콘크리트의 미니멀한 건축으로 유명한 안도 다다오의 뮤지엄 산을 관통하는 콘셉트는 자연과 휴식, 그리고 예술작품의 감상이다. 자연경관을 거스르지 않은 자연의 품 안에 안긴 뮤지엄 산은 자연과 건축 그리고 예술의 만남이다. 뮤지엄 산의 철학에 맞게 ‘빛과 공간의 예술가’ 제임스 터렐 전시관은 압권이다. 

뮤지엄 산 인접해 출렁다리가 있다. 2,000억 원의 혈세가 투입된 시설이다. 평일에 800여 명 주말에 3,000여 명이 찾는다고 한다. 자연경관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과 건축, 예술의 만남과 자연을 거스르는 훼손과 철제 시설물의 만남이다. 2년에 한 번꼴로 자살까지 하는 다리가 됐다. 흉물이다. 더 고물되기 전에 고철로 팔아치우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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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가 왜이래 2023-04-26 23:38:28
글을 쓰다가 만 것 같네요.

박순석 2023-04-17 10:49:10
좋게평가했으면 합니다

원유진 2023-04-16 23:57:49
영양가 제로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