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흉물이 된 도심 조형물
[기고] 흉물이 된 도심 조형물
  • 심규정 기자
  • 승인 2023.04.30 2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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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 조형물은
동선이 대부분 단절돼
포토 존 역할을 못하고 있다.
△김대중 [원주옻칠기공예관장]
△김대중 [원주옻칠기공예관장]

도심의 공공 조형물은 도시의 아름다움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다. 랜드마크가 되어 도시의 얼굴이 된다. 오랜 세월 동안 도시의 위상을 높여주고 관광객을 유인한다. 도시 마케팅 역할을 톡톡히 한다. 도시 여행자들에겐 빼놓을 수 없는 관광 상품이다. 하지만 잘못하면 흉물이 되어 그릇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공공 조형물의 대표적인 것이 역사적 인물에 대한 동상이나 상징성을 담은 조형물이다. 도시를 여행하면서 광장이나 공원 등의 도심 공간에 세워진 동상이나 상징 조형물은 주인공과 도시에 대한 스토리와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포토 존과 함께 도시의 관광 자산이 됨은 물론이다. 역사적 인물들의 동상을 통해 역사를 공부하게 되고 나아가 지역의 역사 문화적 자산으로 알리게 된다. 지역 출신의 인물을 자랑하면서 지역의 품격을 높여주고 자긍심을 고취시킬 수 있다. 역사와 문화를 후대에 연결시켜 주는 역할도 한다. 

동상으로 유명한 곳이 영국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이다. 1805년 나폴레옹과의 트라팔가 해전에서 승리한 넬슨 제독을 기념해 조성된 광장이다. 당시 최고의 건축가인 존 내시(John Nash)와 찰스 베리(Charles Barry)가 1845년 완성했다. 주인공 넬슨 제독이 중심에 있고 사방에 국가적 영웅들의 동상이 서있다. 여행객들의 필수 코스이며 포토 존이다.

세계적 상징 조형물은 에펠탑이다. 센 강 서쪽 강변 의 샹 드 마르스 공원(Champ de Mars) 끝에 있다. 1889년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개최된 파리 만국박람회 때 구스타브 에펠의 설계로 세워진 탑이다. 높이 301m는 당시로서는 세계 최고였다. 파리 여행객의 필수 코스이다. 

원주시 도심 곳곳에서도 조형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단계동의 장미 조형물을 비롯해 태장동의 꿩돌이 조형물, 남부시장 앞의 무슨 조형물 등 우후죽순으로 들어섰다. 이들 상징 조형물의 현주소는 어떤가. 동선이 대부분 단절돼 포토 존 역할을 못하고 있다.

꿩돌이 조형물을 제외하고는 상징성을 도통 알 수가 없다. 모두 먼지가 쌓여가면서 외면받고 흉물이 되고 있다. 임진왜란 때 영원산성 전투에서 전사한 의재 김제갑 목사와 운곡 원천석 선생의 동상도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광장 같은 곳이 아니라 일부러 찾아서 보려고 하지 않으면 있는지 조차 모른다.

원주시도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의 넬슨제독 동상이나 파리 에펠탑 같은 상징 조형물을 만들지는 못하란 법은 없다. 도시의 품격을 높여줄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노력하지 않은 탓이다. 도시의 랜드마크가 공공 조형물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다.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던지. 온갖 조형물로 도시 이미지를 더 이상 망치지 말고 흉물로 방치할 거면 철거해서 깔끔한 이미지라도 만들자. 돈도 도시도 버리는 짓을 더 이상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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