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한국문화가 대세다. 세계사회는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 한류라는 말은 민족적인 자긍심을 담고 있어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한류 열풍을 이끈 문화자산은 한국인의 역사 문화적인 전통에 뿌리를 두었으며, 하루아침에 뚝딱거리듯이 탄생하지를 않았다. 세대와 세대 간의 문화유전자 계승의 결과다.

한류는 독특한 한국인의 문화유전자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이다. 이런 한국인의 자긍심을 제시한 분은 고인이 되신 이어령 교수였으며, 우리는 그분을 국보급 지성인이라고 불렀다. 세대 간의 문화자산을 창조적으로 이어가는 한국인의 문화생산 능력을 높게 평가했으며, 내가 한국인이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만들었다. 같은 한국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무척 감사했다.

나는 유전학 전문가는 아니다. 그래서 문화유전자의 생물학적 특성을 구체적으로 검증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어령 교수는 <한국인의 이야기: 탄생 – 너 어디에서 왔니>라는 주제에서 문화생산 능력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한국인의 문화생산 능력은 엄마 배속에서부터, 앞 세대에서 가명으로 지어 불렀던 태명이 후세대에 와서 새로운 문화가치로서 재탄생하였다. 한국인의 태명 문화가 한류 열풍을 타고 세계사회 속으로 흘러가는 중이다.

태명을 짓는 이유는 뚜렷하다. 다음 세대를 이끌 아이들의 건강한 삶을 축복한다. 우리 때는 조금 천박한 표현을 써가며 ‘개똥이’, ‘쇠똥이’, ‘간난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요즘 세대는 ‘사랑이’, ‘땅콩이’, ‘행복이’ 등 세련되고 애정 어린 표현들이 곳곳에서 자리를 잡았다. 현시대에 맞게 재창조된 태명은 너무나 정겨웠다.

「태명과 관련된 다양한 예시들 중에서도 한국인과 결혼했던 일본인은 자기 아기의 태명을 ‘꼬물이コムリ’라고 불렀습니다. 꼬물이라는 발음이 안 되니, 일본어로 ‘고무리’라고 표현했습니다. 꼬물이는 엄마의 배 속에서 작은 것이 꿈틀거리는 움직임을 의태어로 표현한 말이었습니다. 한국의 스타 배우 김희선씨는 ‘잭팟’이라는 이름을 붙였으며, 또 다른 태명의 형태는 ‘까롱이’였습니다. 아내와 함께 프랑스를 여행하던 중에 남편이 생전 처음 마카롱을 먹었는데 그 모양과 맛이 너무 귀엽고 달달해서 생각해 낸 이름이었습니다. 이외에도 재미있는 태명은 ‘쑥쑥이’, ‘튼튼이’, ‘점탱이’, ‘뒹굴이’ 등 다양했습니다.」

- 이어령, <한국인의 이야기>, 파람북, 2020에서 발췌 -

한국인의 독창적인 문화창조 능력은 놀랍기만 하다. 다음 세대로 넘어갈수록 문화유전자는 더욱 진화하며 발전하는 듯했다. 자녀들이 태어나면 병에 걸리지 말고 건강하게 자랄 것을 축원했던 태명, 이제는 글로벌 가정의 또 다른 행복문화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한국인의 가정문화 유산도 세계인의 가정풍토를 행복하게 가꾸는 또 하나의 한류 지표다.

한국인의 태명은 한류의 중심축에 서 있다. 나는 꼬물이 잭팟 까롱이와 같이 세련된 태명 문화는 한국인의 행복유전자를 세계사회 속으로 흘려보내는 일이라고 여겼다. 태명은 세대 간의 전승하던 생활문화이지만, 한국인의 가정문화가 세계사회 속으로 다시금 확산하고 있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유럽으로, 그리고 미주대륙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잠시 눈을 감고 까르르 웃는 아이들의 얼굴을 담아 보았다. 부모 세대의 행복감이 담겨 있다. “개똥아~”라고 부르면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고 눈가에 여러 가닥의 주름이 잡힌 채 환하게 웃고 있는 세대 간의 행복한 미소다. 누가 뭐래도 한류 문화의 중심지는 한국이다. 우리의 태명 문화가 한류 열풍을 타고 세계사회로 흘러가는 것은 기쁜 일이다. 환하게 웃는 아이들만큼 행복한 표정이 어디에 있을까를 생각하면, 한국인의 행복유전자도 함께 세계사회를 향해 흘러가는 듯하다. 한류는 우리 모두의 행복한 자긍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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