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백발 청년들의 인생 후반전
[비로봉에서] 백발 청년들의 인생 후반전
  • 심규정
  • 승인 2023.05.28 2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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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경험과 지혜가 넘치는
60세가 되어야 비로소
인생을 내다볼 수 있고 크게 성장한다.
△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
△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

나이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연령대별 나이 기준이 상향, 또는 하향되는 추세다. 각 자치단체가 앞다퉈 청년 기준을 49세까지 높이는가 하면 통장 구인난을 겪고 있는 인천의 한 자치구는 통장 지원 자격을 25세에서 18세로 낮춰다. 저출산·고령화가 낳은 풍경이다. 100세 시대 이야기가 나온지는 이미 오래다. 각종 의술의 발달, 특히 제3의 혁명으로 불리는 유전자 편집기술 등으로 200세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게 미래학자들의 전망이다. 물론 먼 미래의 일이지만. 

나이의 개념이 확 바뀌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자. 지난 13일 오후 서울 올림픽주경기장에서 '2023 조용필 & 위대한 탄생' 콘서트가 열렸다. 조용필은 “제 나이는 55살입니다”라고 말했다. 올해 73세인 그는 1969년 데뷔하던 해를 한 살로 잡아 나이를 빗댄 것이다. 나라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내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재선 도전에 나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나이는 만 80세 5개월이다. 미국 최초의 80대 현직 대통령이다. 만약 재선에 성공한다면 86세에 퇴임한다. 그는 고령 우려에 “나도 내 나이를 모른다”라고 여유만만의 모습이었다. 전 세계 반도체 위탁 생산 분야 1위 기업인 대만 TSMC의 창립자인 모리스창(91)은 56세에 TSMC를 창립했다. 그는 말한다. “나의 황금기는 60세부터 비로소 시작됐다”라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어머니이자, 유명 모델인 메이 머스크(74)는 73세에 모델로 정식 데뷔했다.

우리 주변에서도 적시적소(適時適所)에 알토란 같은 지혜를 전하며 조직에 활력을 불러넣는 70대 CEO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60세 이상은 전체 인구(5,140만 8,155명)의 26.66%(1,370만 3,047명)에 달한다. 흔히들 나이를 언급할 때 생물학적 나이와 사회학적 나이로 구분한다. 전자는 태어난 해를 기준으로 자동으로 부여되는 것, 후자는 나이가 들면서 성숙도에 따라 자주 비유되는 개념이다. 누구 누구는 나이에 비해 원숙미가 넘쳐흐른다는 말은 상찬(賞讚)을 넘어 극찬(極讚)이다. 

사람에게 나이가 있다면 나무에는 나이테가 있다. 나이테에 생장연고를 부여하고 나이테에 저장된 다양한 환경정보를 밝히는 연륜연대학자들에 따르면 나무는 40년~60년 나이일 때 가장 호흡 작용이 왕성하여 내뿜는 산소의 양은 생장기 최대치에 이른다고 한다. 요즘 글로벌 메가 이슈인 탄소중립에 효자란 얘기다. 

인간은 경험과 지혜가 넘치는 60세가 되어야 비로소 인생을 내다볼 수 있고 크게 성장한다. 병원에서는 요즘 사람들의 나이에서 20년 정도를 거슬러 70대는 50대, 60대는 40대 신체로 본다고 한다. 그만큼 신체나이가 젊어졌다는 얘기다. 의학발전에 따른 것, 무엇보다 건강에 관심이 커지면서 운동 등 건강관리가 가져온 현상이다. 

머리는 희지만, 피부는 뽀얀 학발동안(鶴髮童顔)이거나 20,30대 못지 않은 맵시꾼·댄디한 60, 70대 백발의 청년들. 건강수명이 길어지면서 앞으로 더 몸집이 커질 전망이다. 백발 청년들이여! 지금은 해가 지는 황혼기가 아니라 새벽을 알리는 여명기(黎明期)다. 인생 후반전의 호루라기가 울렸을 뿐이다. 인생을 재결계해도 늦지 않은 시기다. 씨줄 날줄을 엮듯 인생 하이라이트를 한땀한땀 편집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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