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순천만 국가정원과 원주
[기고] 순천만 국가정원과 원주
  • 김대중
  • 승인 2023.05.28 2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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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전에 자연 환경과
생명의 가치를 내다본
남도 사람들의 지혜와 선견지명을 본다.
△김대중 [원주옻칠기공예관장]
△김대중 [원주옻칠기공예관장]

지난주에 순천만 국가정원을 찾았다. 올해는 2013년에 이어 두 번째로 박람회가 열리고 있었다. 평일인데 넓디넓은 주차장은 관광버스로 빼곡했다. 전국 각처에서 몰려왔다. 서울 경기에서부터 부산 대구까지 한국인들이 다 모여들고 있었다. 한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들까지 몰려들었다. 서울 경기는 자동차로 6시간 거리다. 그 거리를 마다 않고 남녀노소의 발길이 이어졌다. 수없이 많은 유치원생들의 단체 관람이 유난히도 보기 좋았다.

지난 4월1일부터 벌써 4백만 여명이 방문했다. 조직위원회는 10월31일까지 당초 8백 만 명을 목표로 했는데 이런 추세면 1천 만명이 넘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더 놀라운 것은 순천만국가정원을 찾는 사람들은 절반 이상이 1박 2일 일정으로 순천 일대에서 머물고 간다고 한다. 1인당 소비 지출도 10만원 이상이라고 했다. 대한민국 지자체의 역사상 이런 흥행은 없을 것이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순천만 습지에서 시작됐다. 순천 만(灣)은 세계 5대 연안습지다. 지난 2003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데 이어 2006년 람사르협약에 보호습지로 등록됐다. 2008년엔 국가지정 문화재 명승 제41호로 등록됐다. 순천만의 가치와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연간 300만 여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사람이 몰리면서 순천만의 생태환경은 훼손의 위기에 놓이게 됐다.

결국 순천시는 습지 주변으로 확대되는 도시화의 방지와 습지 보호를 위해 고민 끝에 순천만과 도시 사이에 인공 정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순천만 국가정원의 탄생은 이렇게 시작됐다. 2009년 순천시는 3백억원을 들여 주변 농경지에 전봇대를 뽑고 생태탐방로를 설치했다. 기존의 주차장은 생태공원으로 바꿨다. 효과는 즉시 나타나 습지에는 세계적 희귀종인 철새 흑두루미가 기존에 몇 십 마리에서 수천 마리로 늘어났다. 순천만 보호를 위해 도심 외곽 111만 2,000㎡를 꽃과 나무로 차단해 인공 정원을 조성했다. 여기서 국내 처음으로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해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2015년 9월 국가 정원으로 지정됐다. 국가정원은 국립공원처럼 국가에서 관리하는 정원이라는 의미다.

순천만 국가정원의 지역경제 파급 효과는 연간 5천억 여원이고 박람회가 열리는 올해는 1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효과는 강진, 여수, 광양 등 주변 지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하루 평균 7만 여명이 찾는 축제가 된 순천만 국가정원박람회. 유럽 해외로 여행갈 필요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 순천만 국가정원. 순천처럼만 하면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순천은 도심의 모습도 품격을 갖고 있다. 15년전에 자연 환경과 생명의 가치를 내다본 남도 사람들의 지혜와 선견지명을 본다.

원주를 보자. 원주는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갖고 있다. 원주만의 역사, 문화다. 수도권으로부터 뛰어난 접근성을 지닌 도시다. 치악산이란 국립공원의 자연환경도 뛰어나다. 그런데 여태까지 뭘하고 있는가. 사람들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미래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부를 하지 않고 천한 지식의 고정관념에 빠진 결과다. 그래서 거꾸로 간 것이다. 파헤치고 개발하는 철학과 가치에 빠져 산 것이다. 그 결과가 어떤 것들을 낳았는지 잘 알 것이다. 수 천 억 원을 들여 자연을 파괴하며 만든 것들이 원주의 미래를 어떻게 보여줄 지를 아직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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