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마법 지팡이’ 강원특별법, 어디 갔나?
[기고] ‘마법 지팡이’ 강원특별법, 어디 갔나?
  • 손준기
  • 승인 2023.06.04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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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기 [원주시의회 강원특별자치도 특별위원장]
△손준기 [원주시의회 강원특별자치도 특별위원장]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강원도가 축제 분위기로 들썩거리고 있다.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며 지자체마다 기념퍼포먼스와 더불어 시민화합을 위해 다양한 행사를 선보이고 있다. ‘50년 오랜 숙원이 해결됐다’, ‘상전벽해 같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라며 모두 들떠있다. 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강원특별자치도법 전부개정안은 지방분권의 선도모델로 나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애초 18개 시·군에서 제안한 490여 개 특례 가운데 조문에 담긴 것은 84개에 그쳤다. 4대 핵심 규제 해소와 미래산업 육성과제를 최종법률에 담는 데 집중했다. 환경, 국방, 산림, 농지 등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이 해결된 듯하다. 허나 대체 무엇이 바뀌는지 모르는 시민이 대다수다.  

아쉬움이 남는 대목은 이렇다. 「반도체 대기업유치」, 「상수원보호규제완화특례」, 「기업혁신파크조성」, 「원주국제학교 유치」 등 민선8기 원주시정과 강원도정의 공약사업, 핵심 특례들은 쏙 빠졌다. 특히 「수도법」, 「물환경보존법」 등은 논의조차 없었다. 「수질오염총량제」는 국회에서 반려됐다. 또 몇몇 조문들은 ‘도지사의 요청이 있는 경우’라는 문구로 정의되며 실질적으로 강원특별자치도지사의 권한이 온전하지 못한 셈이 됐다. 지난 지방선거 전후 “산을 깍아서라도 공장을 유치하겠다”, “수질오염총량제를 풀 수 있다”라는 외침은 말의 성찬에 그쳤다.

사실 원주시는 「수질오염총량제 규제」에 따른 개발부하량도 낮아서 개발사업 추진이 어렵다. 따라서 지난 지방선거에서 ‘표의 블랙홀’인 삼성반도체 공장 유치 공약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원주시가 발굴한 특례 안 중 「스마트 시설재배 사업 특례」가 반영되어 위안(?)이다. 지목변경 없이 첨단 농법 재배가 가능한 스마트 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기업 반도체 공장 유치는 아예 불가능한 이야기일까?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얼마 전 강원도와의 면담에서 한 말이 묵직한 울림을 남기고 있다. “기업이 미리 강원도에 와 있으면(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원주권 확장이) 수월할 것 같다”라고 꿀팁을 제시했다. 이에 대한 해법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

우리는 팹리스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LX 세미콘, SK하이닉스에 납품하는 주식회사 파두(FADU)등 미래가 활짝 열린 팹리스 기업들이 즐비하다. 팹리스 기업은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확대됨에 따라 반도체를 생산하는 Fab(공장)없이 설계만 담당하는 회사를 말한다. 다양한 규제에서 자유롭고, 실질적인 입주기업의 요청에 힘입어 앞으로 규제가 해소된다면 디자인하우스, 파운드리까지 이어져 원주시가 반도체 클러스터에 한발짝 다가설 수 있다.

원주시는 최근 반도체 교육센터를 유치했고, 배출될 인재들이 원주시에 정주하려면 스타 팹리스 기업을 유치하고, 키워야 한다. 대만의 TSRI(대만반도체연구센터)가 출범하면서 TSMC의 성장을 견인한 좋은 선례를 교훈 삼아 펩리스 기업을 통한 시스템 반도체 개발과 동시에 인재 육성에 집중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다. 원주시의 관심을 받는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은 대부분 전 공정이며 파운드리 회사의 CAPEX(자본적투자)가 확대되어야 시장이 확대된다.

또한 소부장 자립화의 R&D 과정에서도 화학물질 사용으로 다양한 규제의 영향을 받고 있다. 반도체 소재는 아직도 일본의 의존도가 60% 이상이며, 글로벌 소부장 기업들의 사업화는 짧게는 20년, 길게는 100여 년이 소요된다. 정부가 소부장 기술개발에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점은 바람직하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시간이 없다.

원주시는 미반영 특례들을 보완, 재상정할 예정이다. 제3차 개정 법제화 및 공청회는 9월~11월 중 완성되며 입법 발의는 올해 연말이다. 지금까지 규제를 풀기 위해 “기업을 유치해야 하니, 규제를 해소해달라”라는 요청에서 “우리가 유치한 기업들의 발전을 위해 규제를 해소해달라”라는 형태로 강원특별법 개정을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상과 현실의 간격은 너무 크다. 냉정하고 지혜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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