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이재무 作 / 두부에 대하여
[시가 있는 아침] 이재무 作 / 두부에 대하여
  • 원주신문
  • 승인 2023.06.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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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에 대하여

 

이재무

 

두부가 둥그런 원이 아니고

각이 진 네모인 까닭은

네모가 아니라면 형태를 간직할 수 없기 때문

저 흔한 네모들은

물러 터진 속성을 감추기 위한 허세다

언제든 흐물흐물 무너질 수 있는 네모

너무 쉽게 형태를 바꿀 수 있는 네모

가까스로 네모를 유지한 채

행여 깨질까 조심스러운 네모

제가 본래 단단하고 둥근 출신이라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린 네모

우스꽝스러운, 장난 같은 네모

지가 진짜 네모인 줄 아는 네모

언제든 처참하게 으깨어질 수 있는 네모

둘러보면 그런 두부 같은 네모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재무 시집 『슬픔에게 무릎을 꿇다』, 《실천문학사》에서

세상을 살다 보면 많은 것들이 생김새나 모양 등을 이유로 편견을 갖는다. 벌레도 같은 벌레이지만 사람에게 해로운 것은 해충, 이로운 것은 곤충 등의 이름을 붙이고, 맛이 있는 것인지, 맛이 없는 것인지 등이 초미의 관심사다. 그러니 사람이 얼마나 편향적인 삶을 살아가는지 알 수가 있다. 이재무 시인의 「두부에 대하여」는 비단 두부 모양에 따른 이야기지만, 결국 우리가 사는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지적하는 부분이다. 네모도 아닌 마음을 지니고 반듯한 네모처럼 행세를 한다거나, 단단하지도 않은 놈이 단단한 척하는 그런 사람을 빗대 이야기로 읽힌다. 그러나 어디 이것이 두부의 탓만 할 수 있을까 싶다. 우리가 두부를 네모나게 만들어 먹은 뒤부터 생겼을 일들이 아닌가? 싶다. 이 세상이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지동설이 제기된 것도 쿠페루니쿠스가 1543년 제기한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란 것이 발표되고 부터다. 예나 지금이나 모양은 참 중요한 사항이다. 두부(豆腐)는 오랜 시간 사람의 식생활을 유지시켜 주었다. 그러니 두부에 관련한 말들도 많다. '두부 먹다가 이 빠진다'라는 속담은 마음을 놓으면 실수가 생긴다는 의미로 전해진다. 사람의 성격이나 행동 등에 따라 많은 물건 등에 비유되는 이유는 그만큼 사람에 따라서 다양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 다양성을 몇 가지 모양으로 구분하다 보니 두부에 대하여라는 네모의 모습처럼 갖가지 생각을 하는 시가 쓰였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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