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94) 베르디 (8) 라 트라비아타 (上)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94) 베르디 (8) 라 트라비아타 (上)
  • 최왕국
  • 승인 2023.06.2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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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비뚤어진 부정(父情)으로 인하여
빚어지는 가슴 아픈 사연을 다뤘다.
△최왕국 [작곡가]
△최왕국 [작곡가]

< 베르디 중기 오페라의 성향 >

라 스칼라 극장과의 계약 기간이 만료된 베르디는 1850년대에 들어서며 리골레토(1851), 일트로바토레(1853년 1월), 라 트라비아타(1853년 3월)로 이어지는 걸작 오페라를 연달아 발표하며 황금기를 맞게 되는데, 이 세 작품 모두 비뚤어진 부정(父情)으로 인하여 빚어지는 가슴 아픈 사연을 다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시기 오페라 중 리골레토와 라 트라비아타는 베르디의 진보적 오페라관이 반영된 혁신적인 오페라였다. 두 작품 모두 베네치아의 라 페니체 극장에서 초연되었는데, 이 극장의 관객들은 음악적으로 매우 진보적인 취향이었기 때문에 베르디도 마음껏 자신의 작품세계를 펼칠 수 있었다.

기존 벨칸토 오페라의 방식에서 벗어나 “노래 부분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작품 전체의 극적인 완성도를 추구하자”는 것. 음악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종합예술로서의 완벽한 면모를 갖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일트로바토레는 로마의 아폴로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보수적인 도시였던 나폴리나 로마의 청중들은 1850년대에 들어서도 1830~40년대식의 벨칸토 오페라를 선호했기 때문에 베르디는 그러한 취향에 맞추어 ‘베르디 최후의 벨칸토 오페라’라고 불리는 복고풍의 오페라 일트로바토레를 작곡하게 된 것이다.

<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의 탄생 배경 >

베르디는 도저히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뛰어난 걸작 오페라들을 많이 작곡했지만, 그래도 그 중에 딱 하나만 골라 보라 한다면 많은 오페라 애호가들은 ‘라 트라비아타’를 꼽을 것이다. 전세계적인 라 트라비아타의 공연 횟수도 그것을 증명한다.

라 트라비아타는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소설 ‘동백꽃 아가씨(1848)’를 원작으로 만든 오페라이며 우리말로 번역된 제목은 ‘춘희’다. 일본 사람들이 이 오페라를 번안하는 과정에서 동백을 뜻하는 ‘椿’자를 써서 ‘춘희(椿姬)’라고 번역한 것을 그대로 가져온 것인데, 椿이라는 한자가 일본에서는 동백이지만, 우리나라 한자 사전에서는 참죽나무, 또는 가죽나무를 뜻한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뭔가 좀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제목에서 ‘Traviata’라는 말은 ‘옆길로 새다(traviare)’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것이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주인공인 비올레타는 길을 잘못 든 (타락한) 여자’라는 뜻이다.

처음에 소설로 발표되어 엄청난 히트를 친 이 작품은 1852년에는 연극으로 공연되었고, 그 연극을 관람한 베르디는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하여 즉시 오페라로 만들 생각을 했다고 한다. 첫 아내와 사별한 후 주세피나 스트레포니를 만나 사랑하는 사이가 됐지만, 사회적인 눈총 때문에 재혼을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베르디의 연인 주세피나는 베르디를 만나기 전 수많은 남자들과 염문을 뿌렸던 인물로서 연극 속 여주 ‘비올레타’와 상당히 비슷한 캐릭터였기 때문에 베르디의 눈물샘을 더욱 자극했던 것 같다.

< 라 트라비아타 스토리 ⓵ >

여주 비올레타는 파리의 콜티잔(Cortizan)이다. 콜티잔이란 일종의 고급 콜걸로 돈 많은 귀족들을 상대로 몸을 팔거나 그들의 정부(情婦)로 지내는 여인들을 말한다. 그런 비올레타를 짝사랑하는 남주 알프레도는 프로방스 지방 대지주의 아들이며 순수한 청년이다.

우울한 분위기를 암시하는 듯한 서곡이 끝난 후 시작되는 제1막은 비올레타가 자신의 집에서 개최한 화려한 파티 장면이며 이 때 알프레도가 부르는 노래가 바로 그 유명한 ‘축배의 노래’이다.

축배의 노래는 당시로서는 최신유행인 왈츠 리듬을 도입했으며, ‘쾌락의 잔, 사랑의 잔을 들어 맘껏 마시고 즐기자’라는 알프레도의 건배사와 ‘나의 즐거운 시간을 그대들과 나누며 즐겨요’라는 비올레타의 답가, 그리고 다 같이 부르는 합창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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