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박종해作 / 밤중에 일어나 노자를 읽다
[시가 있는 아침] 박종해作 / 밤중에 일어나 노자를 읽다
  • 원주신문
  • 승인 2023.06.2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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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중에 일어나 노자를 읽다

박종해

 

어릴 때, 싸움에서 지고 돌아와

분을 참지 못해 울고 있을 때

〈애야,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란다.〉

그때, 아버지 하시던 말씀이 지금 또렷이 들린다.

이제야 철이 드는지 내 머리 속에 노자가 들어와서

〈이빨과 혀는 어느 것이 더 강한가.〉

〈그거야 이빨이 더 강하지요.〉

〈아니란다. 혀가 더 강하단다.

늙으면 이발은 빠지지만, 혀는 그냥 있지 않느냐

강한 것은 부러지기 쉽지만, 부드러운 것은 온전 하느니라.

강하다는 것은 실은 약하고, 약한 것은 실은 강하니,

태풍이 분탕질치고 간 들판을 보아라.

강한 나무는 가지가 부러지고 뿌리가 뽑혀 넘어지지만

유약한 풀은 그냥 있지 않느냐.〉

서로 이기려고 앙 다툼하는 이 세상을 보며

노자는 구름을 타고 내려다보며 웃고 있네.

밤중에 일어나 노자를 읽으면서

내가 살아 온 투쟁과 갈등의 페이지 위에

종지부를 찍고 다시 잠이 든다.

 

 

계간 『계간문예』 2021년 겨울호에서

사람의 삶에 강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며 약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겠는가. 다 자기 수명을 다하고, 각자의 조직에 따라 필요에 의한 구조를 지니고 세상에 태어난다고 본다. 그러나 이를 굳이 눈에 보이도록 이해시키는 목적이니 노자의 도덕경은 하나의 커다란 지침이 될 것이다. 박종해 시인의 시 「밤중에 일어나 노자를 읽다」를 읽어보면 무위자연의 사상을 바탕으로 하여 사람 삶의 이치를 깨닫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중 한 부분이라 전해지는 것이 단단한 이빨과 부드러운 혀의 관계를 설명하는 대목을 놓고 이 시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무(無)와 자연의 불상쟁(不相爭) 논리를 펴는 것이 노자의 사상이라 전해진다. 사람의 신체 구조는 각기 맡은 역할이 다 다르다. 손, 발, 머리, 장기, 눈, 코, 입, 귀 등등의 구조가 자기 역할을 다 충실하게 맡아 할 때 사람으로 사는데 부족함을 느끼지 않고 살아가게 한다. 이빨이 강한지 혀가 강한지에 대한 노자의 답은 단단한 이빨은 나이 들어 늙으면 빠지고 혀는 죽을 때까지 지니고 있으니 혀가 더 강하다고 해야 한다는 불상쟁의 논리다. 사람의 관계나, 자연의 이치나 무엇이 더 강하다고 말하는 것은 그 처지에 따라 다 다를 것이다. 이는 물과 불의 관계만큼이나 확연한 이치를 지니고 있는 게 사람이 살아가는 데 사상의 접근을 접목해보면 알 수 있다. 노자는 늙은 노인의 모습을 보고 그 답을 찾으니, 인생이란 답이 어디 그 답을 알아냈다고 세상을 아름다워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인생사가 만사이니 만 가지 일 모두가 소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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