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으로는 안을 수 없다
김수엽
너의 눈빛 나의 눈빛
한 점으로 부딪칠 때
그 순간 숨이 멎고 손바닥에 땀이 나면
이런 게
사랑이라고 내 심장이 쿵쿵거린다
그대 앞에 눈 감아도
한꺼번에 안기는 마음
손잡으면 체온들이 부딪쳐서 뜨거운 몸
목젖이
꼴깍거리며
마른침을 삼킨다
마주 봐야 느낄 수 있는 그 사람 거친 호흡
돌아서 등 돌리면
모든 혈관 식어서
절대로
내 넓은 등도
그 등을 안을 수 없다
김수엽 시조집 『 등으로는 안을 수 없다』, 《상상인》에서
나는 김수엽 시인의 시조집 제목 그 자체에서 시적 울림이 크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들어서 시조의 제목도 시적인 울림에 많은 공을 들이는 시인들의 작품을 접하며 시조가 지닌 운율과 율격의 범위를 더 확장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명사나 서사화된 제목에서 벗어나 심미안적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은 사유에서 벗어나 자기 성찰의 깊이를 더해가는 의미를 지녔다고 본다. 표제의 작품「등으로는 안을 수 없다」를 읽어보면 만남에 대한 설렘으로 손바닥에 땀에 나면 심장이 쿵쿵거린다 하였고, 사랑이 이루어져 진행되는 과정 또한 마른침을 삼키는 시간이었다고 고백한다. 무엇보다도 둘이 하나가 되는 과정에서 둘 다 등을 돌리면 서로 안아주고 품어주는 마음이 사라지기 때문에 등으로는 안을 수 없다는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는 멋스러운 구성을 통해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만들어 놓고 있다. 이런 시적 흥미를 더해 주는 것이 시인의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나는 생각한다. 과거 명사화된 제목의 작품들은 묘사나 비유의 설정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현대시의 시적 은유가 시조에서도 충분히 소화되고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이는 고전적 감각으로 시조를 대하는 많은 시인이나 독자들의 편견을 벗어나 있다는 면에서 이번 김수엽 시조집이 지닌 의미는 남다르다고 본다. 그런 의미를 깊이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