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95) 베르디 (9) 라 트라비아타 (下)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95) 베르디 (9) 라 트라비아타 (下)
  • 최왕국
  • 승인 2023.07.09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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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인 동시에
복고적인 부분도 살짝 포함된
융화적인 작품이다.
△최왕국 [작곡가]
△최왕국 [작곡가]

< 옛 것과 새 것의 조화 >

“음악이냐? 드라마냐?”

베르디 중기 시절 오페라의 복잡한 트렌드의 변화를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겠지만, 대중의 눈높이로 이해하기 쉽게 딱 잘라 말하자면 이렇게 나뉘지 않을까 한다. 기존의 ‘벨칸토 오페라’는 노래에 중점을 둔 것이었고, 1850년대 이후의 혁신적인 오페라는 음악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드라마의 완성도를 추구한 것이었으니...

일트로바토레가 벨칸토 오페라로 회귀한 복고적인 작품이었다면 불과 2개월 뒤에 발표된 ‘라 트라비아타’는 확실히 새로운 물결의 혁신적인 오페라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여주 비올레타가 남주 알프레도의 아버지가 보낸 편지를 노래가 아닌 육성으로 읽는 장면이다. 벨칸토 오페라였다면 이 장면도 십중팔구 노래로 연출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라 트라비아타는 혁신적인 동시에 복고적인 부분도 살짝 포함된 융화적인 작품이다. 벨칸토 오페라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 팬들의 향수를 달래주듯 오페라 초반에 이중 아리아 구조로 된 노래가 나온다는 것.

< 라 트라비아타 스토리 ② >

축배의 노래가 끝난 후 비올레타는 심한 기침을 하고 쓰러지며, 알프레도는 이제 이런 생활은 청산하라며 사랑을 고백하게 된다. 요즘 말로 심쿵하는 비올레타... 그러나 콜걸로 살며 여러 남자를 거친 그녀에게는 ‘진정한 사랑이란 없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기에 선뜻 수락할 수가 없다. 비올레타는 동백꽃 한 송이를 건네주며 이 꽃이 시들면 다시 찾아오라 하며 여지를 준다.

이 작품에는 바그너가 즐겨 사용했던 ‘라이트 모티브(Leitmotiv, 유도동기)’ 기법도 사용되었다. 라이트 모티브란 영화나 드라마에서 특정 인물이나 사건, 감정 등을 표현할 때 지속적으로 나오는 테마 음악 같은 것이다.

바그너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유도동기는 사실 바그너 이전에도 희미한 형태로나마 존재했으며, 베르디는 라 트라비아타에서 알프레도가 사랑을 고백할 때 비올레타와 함께 부르던 아리아이며 오늘의 감상곡인 ‘어느 행복한 날에(Un di Felice Eterea)’의 선율 중 일부를 오페라의 여러 장면에서 지속적으로 나오도록 구성했다. (이것은 서곡의 멜로디와도 통한다)

베르디는 이 작품뿐만 아니라 일트로바토레에서도 아주체나의 아리아 테마를 복수라든지 공포심 같은 분위기를 표현할 때 반복하여 사용하기도 했다.

< 라 트라비아타 스토리 ③ >

제2막은 몇 달이 지난 후 파리 근교의 집에서 시작된다. 비올레타는 그동안의 삶을 청산하고 알프레도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알프레도는 경제관념이 없었기 때문에 비올레타는 자신의 소유물을 팔아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뒤늦게 눈치를 챈 알프레도는 돈을 구하러 파리로 가고, 그 사이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이 비올레타의 집으로 찾아와 헤어질 것을 종용한다. 제르몽은 비올레타가 돈 때문에 아들을 꼬셨다고 생각했다. 흔한 막장드라마와는 달리 제르몽은 비교적 점잖은 말로 헤어져 줄 것을 부탁한다. 자신의 딸이 ‘오빠가 콜걸과 동거를 한다’는 소문 때문에 혼사길이 막혔다는 것. 그러나 결론은 역시 막장드라마다.

“내 얘기는 비밀로 하고, 네가 먼저 싫어졌다고 해라”

결국 비올레타는 ‘사랑하기에 헤어진다’는 결심을 하고 제르몽의 부탁대로 “나는 당신이 싫어졌으니 헤어지자”는 편지를 써 놓고 떠난다. 배신감에 사로잡힌 알프레도는 돈다발을 비올레타의 얼굴에 뿌리며 “지금까지 당신에게 신세진 건 다 갚았다”며 모욕감을 주는 언동을 한다.

아들의 만행과 비올레타의 아름다운 마음과 진실한 사랑을 알게 된 제르몽은 아들에게 사건의 전말을 알려주며 비올레타에게 용서를 구하고, 며느리로 맞아들일 것을 알리러 가지만 이미 비올레타는 병세가 악화되어 죽음을 앞두고 있는 상황

비올레타는 하녀에게 재산의 절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것을 부탁하며 사랑하는 사람 알프레도의 품에 안겨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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