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원주시의 ‘메뚜기 인사’, 그리고 시화만사성(市和萬事成)
[비로봉에서] 원주시의 ‘메뚜기 인사’, 그리고 시화만사성(市和萬事成)
  • 심규정
  • 승인 2023.07.16 20:28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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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br>
△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

원강수 시장 취임 1년. “이젠 바뀌겠지”라며 큰 기대를 걸었지만,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게 있다. 바로 짧은 기간에 이 부서 저 부서 전전하는 메뚜기 인사 관행. 대표적인 메뚜기 인사를 꼽아보자. 3차례 전보 인사에 포함된 사무관, 주사는 물론 발령받은 지 몇 개월 만에 다시 다른 부서로 발령받은 직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도대체 왜?”라며 관전평이 난무하고 있다. 

원주시청 공무원노조가 최근 발표한 인사평에 대한 입장문은 공직사회 분위기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 “전보 시기가 지나치게 짧은 사례가 발견된 점은 아쉽다. 6개월 이내 이동하는 사례가 보이는 것은 조직 안정성을 해치는 만큼 지양해야 할 것이다” ‘변덕 인사’란 신조어까지 심심찮게 들리니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잦은 자리 이동을 두고 원인에 대해 속단하기는 이르다. 능력이 뛰어나 발탁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측근에 찍혔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아 밉보였다’라는 입방아가 꽤 설득력 있게 나도는 것은 유감이다. 마치 문제가 있어 쫓겨난는 것처럼, 힘이 없어 이리저리 부유하 것 같은 모양새는 당자자들로서는 정말 분통이 터질 노릇일 것이다. 

이 때문에 공직사회에서는 “새로운 부서에서 짐을 풀기가 무섭다”라거나 “곧 다른 부서로 발령 날 텐데 짐은 풀지 말고 몸만 왔다 갔다 하면 된다”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동요 「깊은 산속 옹달샘」 가사를 빚댄 ‘일 하러 왔다가 몸만 풀고 가지요’라는 비아냥도 들린다.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이야 잠시 머물다 가는 분들이지만, 법과 원칙이 뼈에 사무쳐 있는 제도화 된 늘공(늘 공무원)은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야 한다. 나중에 잘못되면 그 책임은 늘공들에게 돌아온다” 한 고참 사무관의 의미심장한 발언이 귀에 이명처럼 울리고 있다. 

인사의 대원칙은 효율적인 시스템을 통해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조직개편이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최소한 1년은 보장돼야 하는 게 그동안의 인사 관행이다. 하지만 원강수 시정 출범 후 전보 인사 주기가 더욱 짧아지면서 새로운 인사관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근무평가, 다면평가 등 정해진 절차에 따라, 또 정무적 판단에 따라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가타부타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작금의 메뚜기 인사 패턴은 예삿일이 아니다. 공직시스템이 시민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자칫 보이지 않는 부패로 일컫는 소극행정을 부추겨 조직의 생산성을 떨어뜨리지 않을까 심히 걱정스럽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시장의 권위는 리더십과 함께 인사권에 있다. 어느 조직이든 사람 사용법, 즉 인사가 잘돼야 구성원의 사기가 올라가고 제기능을 다하게 된다. 취임 이후 1년간 드러난 예측 불허 인사의 연속, 파격미가 되풀이되면 공직 분위기는 한층 위축되고 경직될 수밖에 없다.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의인불용 용인불의(疑人不用 用人不疑), 즉 의심되는 사람은 쓰지 않고 쓴 사람은 의심하지 않는다라면서, 한번 뽑은 사람에게는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고 한다. 의심하면서 사람을 부리면 그 사람의 장점을 살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벌써 공직사회에서는 잠공(잠자코 공무원)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지역의 미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명심보감(明心寶鑑) 치가(治家)편에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의 가르침이 있다. 집안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이뤄진다고 했다. 시화만사성(市和萬事成), 즉 원주시청이 화목해야 시정이 잘 돌아가고 이는 곧 시민의 행복으로 직결될 수 있다. 일거양득, 일거삼득의 지름길임을 명심하자. 인사는 만병통치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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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민 2023-07-17 05:06:24
밑 빠진 독~

고마해라 2023-07-17 05:02:35
고마해라 마이 묶었따

원주시민 2023-07-17 05:01:42
신랄~~

무실동 2023-07-17 05:00:35
많이 아프겠다

왕따 2023-07-17 04:59:27
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