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갈수록 가관인 오로라CC
[비로봉에서] 갈수록 가관인 오로라CC
  • 심규정
  • 승인 2023.07.23 20:3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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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적반하장격이다.
좀 심한 말로
‘방귀 뀐 놈이 성낸 격’이다.
△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br>
△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

골프장을 조성하면서 각종 불법 공사를 벌여 도마 위에 오른 오로라CC 관계자가 최근 본지에 전화를 걸어왔다. 보도 내용에 대해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면서도 점검라운딩 초청장을 문제 삼았다. 이 초청장에는 시범라운딩 기간, 캐디피, 정식 개장 예정일 고지와 함께 담당 직원의 이름과 핸드폰 번호가 적혀 있었다. 본지는 문제의 초청장을 지역의 인사로부터 입수해 그대로 기사 내용에 담아 보도했다. 초청장을 제보한 인사는 수도권 인사로부터 초청장을 전달받았다고 했다. “누구를 통해야 부킹을 할 수 있냐”는 질문과 함께.

전화를 걸어온 인사는 초청장 내용 중 직원의 이름, 핸드폰 번호는 “개인정보다”라며 사과, 배상 취지의 발언을 내뱉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본인들이 초청장을 동네방네 뿌려놓고 되레 개인정보 운운하는 데 이건 뭔 시추에이션”. 하지만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면 당사자로서는 당황할 수도 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초청장 내용 가운데 이름과 핸드폰 번호를 지워주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자 해당 직원은 다짜고짜 막무가내의 언사를 내뱉었다. “왜 사과도 안 하냐?”, “배상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재차 말했다. 본지의 결론은 단 하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소하라”였다. 오로라CC 불법공사 보도가 나간 지 10여 일만에 회사 측이 개인정보 운운하고 나선 것이다. 첫 보도 이후 쥐죽은 듯이 잠잠하다가 갑자기 역공에 나선 것은 “신문사를 압박하고 있다. 지금까지 본지의 보도 내용을 삭제하라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본지는 분명히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뜻을 전달했다. “통화내용을 녹음하는 것도, 다른 기관에 제출하는 것도 동의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그 직원의 대답은 더욱더 가관이었다. “자동 녹음 장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라는 취지의 답이 돌아왔다. 몇 차례 같은 말의 반복, 결국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본지는 취재 과정에서 공사책임자에게 불법공사를 해놓고 점검라운딩 초청장을 배포한 것은 문제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관계자는 “(초청장은) 잘 못 나간 것이다”라는 답변을 받은 바 있고, 이 같은 내용을 그대로 기사에 녹였다. 이 논란의 핵심은 간단하다. 회사 측이 해당 직원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초청장을 먼저 배포했다는 점이다.

초청장은 일종의 홍보 도구다. 정식 개장을 앞두고 골퍼들이 라운딩하면서 불편 사항, 장단점을 파악해 반영하기 위한 행사다. 으레 이런 초청장은 골프장 해당 부서와 일반전화 번호를 안내하는 게 맞지만, 초청장에는 이례적으로 회장 비서 ○○○, 핸드폰 번호까지 적혀있었다.  

오로라CC는 응답하라. 본지가 해당 직원의 개인정보를 악의적으로 이용했는지? 오히려 보도로 인해 “말 많고 탈 많았던 골프장이 벌써 개장이 임박했네...”라는 애드벌룬을 띄워 준 셈이 됐다고 볼 수 있다. 회사 측은 먼저 특정 직원에 대한 개인정보 보호의무와 불감증을 머리숙여 반성해야 한다. 마구잡이도 이런 마구잡이가 또 있을까. 강원도 체육과에 확인한 결과 오로라CC가 사전 등록 없이 점검라운딩을 추진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참 어이 상실이다. 

본지는 오래전부터 인근 주민들로부터 오로라CC가 설계와 다르게 공사를 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탐문 취재에 나섰다. 오죽했으면 원주시의회 문화도시위원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과 전문위원, 공무원들이 현장 조사에 나섰을까. 정말 적반하장격이다. 좀 심한 말로 ‘방귀 뀐 놈이 성낸 격’이다. 점잖게 표현하면 ‘누울 자리 봐 가며 발을 뻗어라’라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본지를 겁박, 압박하는 수준이 참 유치찬란하다. 정말 황당무계의 전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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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2 2023-07-24 10:35:38
'원주신문' 이라는 지역 정론지가 개인 정보, 그것도 휴대폰 번호를 그대로 공개한 것은 몹시 경솔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개인정보가 유출된 직원 입장에서는 말그대로 '사과' 또는 '배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요구를 '본지를 압박해 본지의 보도 내용을 삭제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하는 것은 너무 주관적인 생각 아닌가요? 그 전과 후에 어떤 기사 내용이 나갔는지 잘은 모르지만 이 기사만 놓고 봤을 때는 원주일보에서 실수한 일을 가지고 오로라도 '이런 저런 잘못을 했다' 라며 사과도 없이 물타기 하려는 것으로 비춰집니다.

구독자 2023-07-24 10:04:42
본인이 불특정 다수에게 얻었다고 해서 한 사람 개인정보를 그대로 내보내는 것은 문제죠. 더군다나 공신력있는 언론에서 그렇다면 문제는 더더욱 크다고 봅니다. 대응의 방식 그 자체로 문제 제기를 하면 모를까. 어짜피 남들이 그냥 돌리니 나도 그냥 썼는데 문제 없다?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