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96) 베르디 (10) 오페라 아이다 (上)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96) 베르디 (10) 오페라 아이다 (上)
  • 최왕국
  • 승인 2023.07.23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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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게 흐르는
국경을 초월한 러브스토리는
청중들의 마음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최왕국 [작곡가]
△최왕국 [작곡가]

< 오페라 ‘아이다’의 탄생 배경 >

개선행진곡으로 유명한 오페라 아이다(Aida)는 베르디 후기 작품으로서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 개통(1869) 기념으로 수도 카이로에 세워진 오페라하우스의 개관에 맞추어 기획된 오페라이다. 당초 카이로의 오페라하우스 측에서는 베르디에게 첫 공연 작품을 위촉했지만 촉박한 작곡 기간 등 이런 저런 이유로 회피하는 바람에 불발됐고, 일단은 베르디의 오페라 중 몇 작품을 개관 기념으로 공연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후에도 오페라하우스 측에서는 베르디에게 이집트의 역사와 배경을 소재로 하는 오페라 작품을 써 달라는 지속적인 요청을 했지만, 여러 가지 핑계로 거절당하곤 했다.

그러던 중 프랑스의 고고미술학자인 오기스트 마리에뜨는 이집트의 고대 유물들을 연구하다가 이집트의 전쟁영웅과 적국인 에티오피아 공주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 짧은 시놉시스를 생각해 내었고, 그것을 베르디에게 들려주자 베르디는 즉시 수락했으며, ‘이 작품이 나의 마지막 오페라다’라고 생각하며 혼신의 힘을 다해 작곡했다고 한다.

항간에는 최종 섭외 과정에서 “베르디 선생님이 작곡해 주시지 않는다면 바그너 선생님께 부탁할 수도 있다”는 질투 유발형의 귀여운(?) 협박이 동원되었다는 설도 있다.

< 등장인물 >

장대한 규모의 화려한 무대와 스펙타클한 스토리에 관중들은 압도당하지만, 그 안에 잔잔하게 흐르는 국경을 초월한 러브스토리는 청중들의 마음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① 아이다(Aida) : 에티오피아의 공주이며, 지금은 이집트에 포로로 잡혀온 노예로서 이집트 공주인 ‘암네리스’의 하녀

② 라다메스(Radames) : 이집트의 장군. ‘아이다’를 사랑하는 남자

③ 암네리스(Amneris) : 이집트의 공주. ‘라다메스’를 짝사랑하고 있으며,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사이를 질투하고 있다.

④ 아모나스로 : 에티오피아의 왕이며 아이다의 아버지

< 아이다 스토리 ① >

한 눈에 관객을 압도하는 이집트의 화려한 궁전...

이시스 신을 섬기는 사제들이 에티오피아의 군대를 물리칠 총사령관을 임명하기 위하여 기도하며 신탁을 기다리고 있다.

제사장 람피스는 이시스 신이 총사령관으로 젊은 장수 라다메스를 지목하였다고 선언하며 이집트 왕(파라오)에게 신탁을 전하러 간다.

총사령관으로 지목된 라다메스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그 공로를 내세워 노예 신분인 아이다를 해방시키고 그녀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을 담은 아리아를 부르고 있는데, 그 와중에 그를 짝사랑하고 있던 이집트의 공주 암네리스가 와서 은근슬쩍 라다메스의 마음을 떠 본다. 이에 다른 여인을 사랑하는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는 라다메스와 공주의 이중창이 흘러나온다.

암네리스 공주는 총사령관이 된 라다메스가 승전하여 공을 세우면 아버지인 파라오(왕)에게 자신과 라다메스의 결혼을 허락해 달라는 부탁을 하려던 참이었다.

< 선택의 기로에 선 주인공의 아리아 >

총사령관으로 임명된 라다메스의 출정식을 보러 온 군중들은 “이기고 돌아오라”는 함성으로 그를 응원하며, 아이다도 덩달아 “이기고 돌아오라“며 라다메스를 응원한다.

그러나 아이다는 곧 현실을 자각하게 된다. 라다메스를 사랑하고 있지만, 그는 적국인 이집트의 총사령관이었고, 라다메스의 승리는 곧 고국 에티오피아의 패망을 뜻하는 것이었다.

이 때 나오는 아이다의 아리아가 바로 ‘Ritorna Vincitor(이기고 돌아오라)’다. “어찌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수 있었단 말인가? 조국의 운명을 걸고 싸우고 계시는 아버지와 대적하는 라다메스의 승리를 빌다니, 그것은 내 형제와 내 백성의 피가 아닌가”

하지만 만일 나를 그토록 사랑해 준 라다메스가 패전하면 그의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으니 아이다는 “조국이냐 사랑이냐” 선택의 기로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내용의 가슴 아픈 아리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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