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문화예술 행정과 ‘팔길이 원칙’
[기고] 문화예술 행정과 ‘팔길이 원칙’
  • 이주은
  • 승인 2023.07.30 20:1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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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만들고 다듬어낸 문화를 좌지우지,
정책의 수정이라는 칼을 들이대고 있다.
△이주은 [사단법인 한지개발원 사무국장]
△이주은 [한지개발원 사무국장, 프랑스국립조형예술대학 졸업]

지난해 6월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 전국 지자체 단체장들이 새로 임명됨으로써 전국의 지자체는 도시 나름의 비전과 색을 반영한 문화예술 생태계의 변화 시기를 맞고 있다. 원주시도 지난 1년 간 원강수 시장이 원주시 문화예술의 변화와 부흥을 강조하는 행보를 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지지의 목소리와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화예술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본인도 문화예술이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키고 사람의 삶의 질을 높이며 향후 21세기 이후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예술을 업으로 하는 예술가들은 직접적인 생산·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므로 예나 지금이나 경제성과는 다소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다. 이런 예술가의 도전에 근대 이전 왕족과 거대 상인들은 지역의 예술가를 후원하면서 현재 메세나의 원조가 되었다. 메세나는 로마의 대신 마에케나스(Maecenas, G.)가 문화 예술가들에게 물적으로 후원했던 것에서 유래된 말로 현재는 기업이 문화, 예술, 과학 등의 분야를 지원하는 활동을 말한다. 예술은 왕과 상인의 물적 지원으로 중세까지 부흥했고 시대마다 역사에 획을 긋는 사조를 탄생시켰다. 그 바탕에는 지원자의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있었고 나아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문화예술의 효용가치에 동의했으리라 추측한다.

근대 이후 부르주아지의 문화 독점을 지나 비로소 1970년과 1980년대에 문화 민주화를 지향하게 되면서 프랑스의 문화의집운동, 영국의 예술센터 운동이 전개된다. 1980년대에는 문화예술단체의 경영효율화가 대두되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문화정책이 더욱 강화되었고 1990년대에는 문화가 경제의 짐이 아닌 경제적 파급효과를 만들어내는 훌륭한 산업으로 인식되면서 문화예술에 대한 담론이 정착됐다. 또한 문화예술이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라는 사실이 이미 이 때에 정착하며 영국에서는 21세기의 지식기반 사회에서 문화예술발전을 통한 국가발전 전략까지 모색하게 되었다.

화석화된 것 같은 문장인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문화행정)은 지금 우리에게 현재까지 유효하다. ‘팔길이 원칙’은 2차 세계대전 이후 1945년 영국이 예술평의회를 설립하면서 예술과 정치 사이에 거리를 두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었다. 지금 지자체마다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고 때로 중장기 계획이 미비하며 현재까지 시민이 만들고 다듬어낸 문화를 좌지우지, 정책의 수정이라는 칼을 들이대고 있다.

다 저마다의 이유로 문화예술시설을 민간위탁 운영에서 지자체 산하 지역 문화재단으로 흡수하여 운영하거나, 문화재단 사업을 뚝 떼어 민간위탁으로 운영하는 등 정책을 바꾸고 있다.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공과를 재서 더 나은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모색은 부족해 보이며 동일한 원인으로 지자체마다 서로 다른 정책이 펼쳐지기도 한다.

법원은 2017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비서실장이 정부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운영한 행위에 대해 ‘형법상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 있는 범죄’라고 하며 ‘팔길이 원칙’을 언급했다.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범행은 팔길이 원칙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정치권력의 기호에 따라 지원에서 배제할 개인·단체를 청와대와 문체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해 하달한 것이다.”라고 판단했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현재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자체 문화예술 지각변동에 단편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 없겠지만 문화예술을 바라보고 지원할 때 정부와 지자체가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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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 2023-08-03 14:38:17
원주문화예술의 중심축은 딴따라~~

시민단체 2023-08-02 16:48:19
바랠 걸 바래야죠

원주문화산책 2023-07-30 23:34:38
원주시는 팔길이원칙과 관련해서 어떻다는 말인가요? 통제와 이질적 방만주의 또는 무능한 개발주의?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은 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