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지역가치를 드높인 뮤지엄산
[문화칼럼] 지역가치를 드높인 뮤지엄산
  • 전영철
  • 승인 2023.07.30 2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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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입소문을 타고 크게 회자되고 있다.
△ 전영철 [상지대 FIND칼리지학부 교수]
△ 전영철 [상지대 FIND칼리지학부 교수]

지난 3월에 뮤지엄산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열린 안도 다다오 건축전시회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이 있다. 원래 7월 말에 끝날 예정으로 4개월 전시로 끝나기로 예정된 시간에 글을 다시 한번 쓰게 된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안도 다다오는 공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동생과 같이 복싱선수 생활로 어려운 생활을 하였지만 근근이 건축공사장에서 노동하다 해외 잡지를 보다 건축의 매력에 빠져 건축가의 삶을 살게 된다.

전시가 시작되기 전 서울대학교에서, 또 원주의 뮤지엄 산에서 그리고 이화여대에서의 강연을 하였다. 한 건축가가 자연인으로서 항상 푸른 사과와 같은 청춘을 지향하는 본인의 삶을 소개하며 “100세까지 건강하다면 나만의 일을 계속할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살았다고 하여 많은 이에게 감동을 주었다. 청춘은 특정한 시기를 뜻하는 말이 아니라 70, 80대도 목표만 갖고 있으면 청춘이라고 하였다.

대학도 나오지 않고 건축도 전공하지 않았던 지난 10년 동안 다섯 개의 장기를 떼어내는 혹독한 수술 속에서도 목표만은 확실했던 81세 원로 건축가의 모습은 국적을 초월하여 큰 감명을 주었다. 전시 시작 3개월 만에 10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가고 그들의 입에서 원주라는 지명이 뮤지엄 산이라는 미술관 앞에 붙어 다녔다. 주차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입소문을 타고 크게 회자되고 있다. 미술관 측은 10월까지 그의 전시를 연장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원주전시는 250여 점 건축의 역사가 그가 손수 설계한 미술관 건축에서 첫 번째로 열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뮤지엄산 본 전시관 앞에 푸른 사과를 3번째로 영구 전시되었고, 빛의 교회를 모티브로 한 파빌리온이 전시 기간에 개관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처음에 미술관이 들어섰던 2015년 서울 사람들만을 위한 공간이며 입장료도 비싸다는 이야기는 이제 잠잠해지고 오히려 미술관 하나가 지역의 이미지를 어떻게 고양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페이퍼갤러리와 청조미술관, 제임스터럴관, 관람객 편의시설 동뿐이었던 시설에 명상관이 들어서 어느덧 명소가 되었고 조각공원 안에 파빌리온이 들어서면서 미술관은 점점 아름다운 정원과 그 모양을 완성해가고 미술관이 표방하는 공간(space), 예술(art), 자연(nature)의 조화를 이루었다. 

요즈음 수도권의 MZ세대 여성들에게는 여름휴가 기간 버킷리스트가 하나 더 생겼다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한 개 전시장에 그대로 재현한 쇠락했던 산업폐기물을 버리던 섬을 미술의 섬으로 바꿔놓은 베네세뮤지엄과 지중미술관, 이유환 미술관, 집 프로젝트로 유명한 나오시마를 다녀와야 한다는 숙제이다.

윤슬로 반짝이는 바다, 모두가 떠나갔던 버려진 섬, 그 섬은 미술과 건축, 한적한 섬의 한 항구마을의 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일본인들은 물론 세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섬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그 파장은 니폰야(NIPPONYA)라는 전통가옥을 재생하여 일본 전통문화를 체험하게 하고 마을 전체가 하나의 입체적인 호텔로서 기능하게 하는 고민가 재생 프로젝트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한 집념의 건축가가 가져온 파장은 실로 컸다. 그의 집념의 결과는 250여 프로젝트의 결과로 나타났고 아직도 푸른 사과처럼 그의 열정은 청춘처럼 빛나고 있다는 것을 관람객들은 느끼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연휴에는 많은 외국인이 다녀가고 서울 일부 여행사에서는 뮤지엄산과 한지테마파크를 방문하는 원주예술여행이라는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의 욕구가 더 고차원적으로 진화하고 감성과 영감, 창의성이 중요한 능력으로 인정되는 시기, 이제 한참 호기심을 가질 나이인 뮤지엄산의 10년, 좋은 미술관을 친구로 둔 우리는 지금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자문하며, 오늘도 말 없는 1,288m의 치악산 비로봉, 원주의 서쪽을 유장하게 흘러가는 남한강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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