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지리의 덫’에 걸린 원주시
[비로봉에서] ‘지리의 덫’에 걸린 원주시
  • 심규정
  • 승인 2023.08.06 20: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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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근래 부쩍 도드라지고 있는
‘지리의 변심’이
향후 원주시에
어떤 걸림돌이 될지 모를 일이다.
△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br>
△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

원주시를 상징하는 대표 키워드는 무엇일까.  ‘건강도시’, ‘첨단산업도시’, ‘경제도시’, ‘소비도시’, ‘특징이 없는 무채색 도시’...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만사형통의 사촌 격인 ‘사통팔달’, ‘교통의 중심지’가 가장 최상위 목록을 차지할 것이다.

중앙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가 열십자(十) 모양으로 교차하고, 여기에 광주~원주고속도로까지. 3개 고속도로에 나들목이 무려 6개나 위치하고 있다. 또 열차는 어떤가. 중앙선과 경강선이 통과한다. 이곳에 KTX-이음 정차역이 원주역, 서원주역, 만종역 3곳이다. 

전국에서 KTX-이음 정차역이 3개 이상인 곳은 원주시를 비롯해 서울특별시, 경남 창원시 3곳뿐이다. 올해 안에 여주~원주복선전철이 착공된다고 하니, 원주시는 산업의 대동맥이라 할 수 있는 교통편이 실핏줄처럼 여기저기 연결된다. 다이내믹하고 어메이징하고 파워풀한 도시의 대명사다. 수도권과 근접한 지리적 이점, 접근성을 빗대 벌써 ‘수도권 위성도시’란 평가도 나온다. 

모든 일은 ‘동전의 양면’처럼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다는 점을 요즘 많이 깨닫게 된다. 민선 8기 원강수 시정이 출범하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유치 등 기업유치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야무진 청사진도 물리적·심리적 장벽에 꽉 막힌 모양새다. 이른바 ‘환경규제 3종 세트’로 일컫는 수도법, 한강수계법, 물환경보전법은 산업단지 조성, 공장 유치에 커다란 장애물이 되고 있다.

폐수가 기준치 이상 발생하는 사업장에 적용되는 공장설립 승인지역(1호), 수질오염총량제에 따른 개발부하량 제한, 도내에서 유일하게 폐수배출시설설치 제한 지역까지. 족쇄가 층층이 채워져 있어 갈 길 먼 원주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강원도 남부의 맨 끄트머리에 걸터앉아 경기도와 맞닿아 있는 ‘지리의 한계’ 때문일 것이다. 

강원도의 랜드마크이자, 마천루가 즐비한 강원혁신도시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어두운 그림자가 웅크리고 있다. 국토교통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 통계에 따르면 가족동반 이주율을 보면 부산 81.7%, 제주 79.9%, 전북 76.5%, 울산 72.3%, 광주·전남 69.8%, 경남 68.0%, 대구 67.9%, 강원 67.1%, 경북 52.4%, 충북 48.1%순으로 높았다. 강원, 충북처럼 출퇴근이 가능한 수도권과 가까울수록 극히 저조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리의 불운’은 또 있다. ‘산업의 동력’인 물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춘천시는 수도권과 중부권의 급수탑인 소양강댐이, 충북 충주시는 수도권과 충북지역의 급수탑인 충주댐이 콸콸 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원주시의 아킬레스건’인 용수부족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용수 문제가 지속가능 발전에 덫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요즘처럼 심각하게 부각된 적이 없었다.  

더 있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에 따르면 원주시의 방문자가 체류형(1박 이상)보다 무박이 90%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과 이웃이란 특성상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경유형 도시란 인식이 강하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광객이 1박 이상 머물면서 지갑을 열어 돈을 풀어야 하는데, 참 아쉬운 대목이다. 

국제문제 전문저널리스트인 팀 마샬(Tim Marshall)은 책 「지리의 힘」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인간이 거둔 사회적 발전은 지리적 특성에 따라 이뤄졌다”, “지리적 특성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들을 가르는 지배적인 요소들에 포함된다”라고. 그러면서 ‘지리의 축복’을 받은 나라, ‘지리의 차별’을 받은 나라를 소개하며 지리가 국가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통찰하고 있다. 

원주시는 이미 도내 인구 최다 밀집지역이라는 ‘인구 근육’, 산업경제 중심도시라는 ‘경제 근육’이 단단하다. 땅을 잘 타고 나 ‘지리의 혜택’을 톡톡히 누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 환경의 변화에 따라 지리적 장단점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음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원주시의 근지구력이 한계에 봉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요근래 부쩍 도드라지고 있는 ‘지리의 두 얼굴’ , ‘지리의 변심’이 우울한 미래상의 전조가 되지 않길 바란다. 앞날을 내다보는 혜안과 통찰력, 전략적 안목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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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대범 2023-08-07 17:18:56
환경규제3종세트의 취지는 환경보호입니다. 원주의 미래는 환경을 파괴하며 발전하는 원주가 아닙니다. 대도시에 살다가 강원도로 이사오는 인구가 더 많아질 수 있는 자연보호, 환경보호의 도시가 되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