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
[살며 사랑하며]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
  • 임길자
  • 승인 2023.08.06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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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갈등이 상처를 부르는
안타까운 소식에 가슴이 아프다.
△도향 임길자 [문막노인복지시설 정토마을 원장]
△도향 임길자 [문막노인복지시설 정토마을 원장]

지난달 18일, 올해 나이 스물넷 된 초등학교 교사가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담임을 맡은 학급 학생이 연필로 다른 학생의 이마를 긋는 일이 있었다. 해당 교사는 사망 전 일주일 동안 이와 관련해 학부모와 여러 차례 전화 통화한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제 2년 차 새내기 초등교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불편한 진실과 마주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 주말 30도가 넘는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슬프게 생을 마감한 새내기 교사 사망에 분노하는 교사들이 한곳에 모였다. 그날 집회 현장에는 숨진 교사의 아버지 글이 공개되어 함께 했던 교사들이 통곡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예쁜 딸내미와 함께한 지난 세월이 아빠는 행복했는데 딸내미는 아주 아팠구나. 지켜주지 못한 못난 아빠를 용서해다오....” 가슴 찢는 아비의 고통이 보이는 듯하다. 

얼마 전 어느 유명 웹툰작가가 자신의 발달 장애아들을 학대했다는 이유로 한 초등학교 특수교육 교사를 고소했다는 소식이 인터넷을 달궜다. 자폐증 증상이 있는 그의 아들은 장애가 없는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던 중 다른 학생들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등 피해를 주는 바람에 분리조치 되었는데, 그 애 엄마가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켜 등교시켰다고 한다. 해당 녹음기에는 그 특수교사의 목소리 “분리조치 됐으니 다른 친구들을 사귀지 못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이 녹음되었다. 이에 검찰은 특수교사가 그의 아들을 따돌리는 정황으로 보고 아동학대로 기소했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학생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할 수 있도록 제정한 학생인권조례를 교권 추락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학생 인권과 교권을 대립적 구도로 본 것 같다. 걱정이다. 대통령은 “교권은 학교의 규칙을 제대로 지키게 하는 것이고, 교권이 확립되지 않으면 다른 학생의 인권도, 학습권도 보장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교사들의 인권이 존중되어야만 학생 인권 및 학습권이 보장된다는 논리로 들린다. 교사와 학생은 대립의 관계가 아니다. 

그동안 교사들을 병들게 한 건, 소위 특권 의식을 가진 학부모들과 그로부터 교사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교육 당국에 책임이 있음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 모 방송국의 예능 및 개그 프로그램에서도 내 새끼밖에 모르는 캐릭터들은 숱한 풍자의 대상이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학부모들의 집단행동이 교사들에 대한 상당한 압박으로 묘사되었다. 지금까지 교사들에 대한 보호의 목소리가 높지 않았던 데에는 교사는 교육 공무원이며, 공무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세금 서비스직'이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었던 것 같다. 

교육 현장이든, 사회복지 현장이든 학대 신고가 접수되는 것만으로도 즉각 분리가 불가피하고, 자신이 하는 모든 활동이 중지된다. 사실관계를 제대로 판단하기도 전에 밥줄부터 끊는 것이다. 불특정 다수의 이상행동장애(아이들의 경우에는 발달장애, 어르신의 경우에는 치매 등)를 가진 대상자들을 돌보는 과정에서 위험한 상황과 맞닥뜨리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정당방위로 인정받는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서비스 대상자도 가족이고, 서비스 제공자도 가족이라고 인식한다면 마음의 공간이 좀 넉넉해 질 텐데, 연일 갈등이 상처를 부르는 안타까운 소식에 가슴이 아프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꼭 그 처지가 되어 봐야만 아는 건 아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태어나면서부터 만들어진 마음 밭이 있다. 그 마음 밭이 기름지도록 일구고 가꾸는 것은 부모와 사회의 역할이다. 생각이 건강한 부모의 일관성 있는 양육 태도로 출발해서 백 년을 내다 본 국가의 교육시스템에 의해 아이들의 마음 밭은 옥토(沃土)가 된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 제발 가진 자들의 횡포는 여기서 멈추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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