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의 내력
오승철
얼마나 외로웠으면 창파에 섬이 되랴
얼마나 외로웠으면 그 섬에 오름이 되랴
얼마나 외로웠으면
그 오름에 봉분이 되랴
하늘에는 별자리 땅에는 오름자리
오름 중에 북극성 같은 '높은오름' 올라서면
나 또한 그대에 홀려 떠도는 오름이랴
일출봉과 삼매봉 그 건너에 송악산
성산포와 서귀포 그 건너에 모슬포
올레길 따라온 삼포三浦
남극성이 끌고 간다
한라산 남녘자락 걸쭉한 입담 같은
'도끼다!'
하기도 전에 쫙 벌어진 산벌른내
가다가 오름도 흘려
섶섬 새섬 문섬 법섬
오승철 시조집 『사람보다 서귀포가 그리울 때가 있다』, 《황금알》에서
사람이 쓰는 글이란 그 첫째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 대목으로 나는 생각한다. 공감을 지닐 수 없는 글이 너무 많이 써지고 있는 세상이다. 그러다 보니 시가 지니는 정서적인 의미가 날로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오승철 시인의 시조 「오름의 내력」은 제목에서 제시된 오름이 생긴 이유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 이유로 외로움을 택했다. 섬이란 외로움을 상징하는 것이어야 하는가?를 되짚어보면, 섬뿐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대상이 외로움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비단 섬만 외롭다는 것을 상기 시키기 위한 또 다른 장치가 있어야 그 공감의 폭이 넓혀질 것이다. 예부터 제주는 귀양을 보낼 때 가장 먼 거리이기 때문에 다시 볼 수 없다는 인식이 있어왔다. 그러나 현대에서는 교통수단이 발달함에 따라 그러한 과거의 이미지를 벗겨야 할 의무가 당연히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런 측면을 고려해보면 무인도도 아니고 제주의 오름은 제주 사람의 삶과 어떤 연관성을 지내고 있을까라는 의미로 살펴본 작품이 될 것이다. 제주를 잘 모르는 사람이 그 객관성을 작품으로만 읽어서 이해를 할 수 있는 공감을 이 작품에서 얼마나 보여주고 있는가를 살펴보면, 제주를 모르는 사람은 그 공감을 얼마나 깊이 느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름은 말 그대로 산의 제주 방언이다. 제주의 산, 오름의 내력에 내가 깊이 빠지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을 하게 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