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홍성란 作 / 설악 공룡능선
[시가 있는 아침] 홍성란 作 / 설악 공룡능선
  • 원주신문
  • 승인 2023.08.13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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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 공룡능선

홍성란

 

엎드린 돌의 나이를 묻는 사람 있었다

답을 바란 것이 아니란 걸 알았으니

훔치듯 훔치다 말고 셔터를 눌렀다

 

곧추선 돌의 자세를 헤아리기 전부터

이 모양으로 돌은 기어 다녔으나

바위도 피할 수 없는 여린 일 있었다

 

지도에 없는 교차로에서 뒷모습을 보내고

사람들은 그것을 운명이라 불렀다

꽃 피고 꽃 지는 일 아닌 운명이라 불렀다

 

홍성란 시집 『매혹』, 《현대시학》에서

설악 공룡능선은 말 그대로 설악산에 있는 설악 공룡능선을 오르며 그 모습을 사진에 담아내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나 그 모습을 담아내는 일이 삶의 선문답을 묻듯 수억 년 전의 설악산이 생기는 과정의 일을 묘사해 내는 일이니, 이 시적 질감에 대한 감정이 흥미 진지하기 그지없다. 엎드린 돌의 나이를 묻는 사람이 있었으나 그 답을 바란 것은 아니라는 걸 알았고, 그 묻고 답하는 모습을 훔치듯 훔치다 말고 셔터를 눌렀다고 한다. 이는 시인과 시인의 마음속에 오고 간 오랜 세월의 공룡능선에 대한 자태의 아름다움의 태생에 대한 느낌을 질감으로 찾아내는 과정이다. 또한 곧추선 돌의 자세를 헤아리기 이전부터 돌은 공룡 능선 모양으로 기어 다녔을 것이고, 바위도 피할 수 없는 여린 일을 겪었다는 것이다. 운명이라는 것이 삶의 지도에 나타나 있지 않듯이 공룡능선에게 꽆 피고 꽃 지는 일 아닌 운명이라 불려야 하는 마음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 대목에 있어 나를 완충지대로 몰고 가는 아름다움의 극치에 대한 시인의 마음도 어느 관광해설사도 해설하지 않은 모습을 해석해 내고 있는 것이다. 설악산을 종주하지는 못했지만 그 설악의 모습을 사진으로나마 바라보면 아, 설악 공룡능선의 자태가 어떠한지 깨닫는다. 그 공룡능선의 이름에 걸맞은 시인의 깊은 생각을 바라보니 공룡능선을 떠받치는 아름다움이 살아있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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