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청 말단 공무원의 눈에 비친 아카데미극장 앞 충돌
[기고] 시청 말단 공무원의 눈에 비친 아카데미극장 앞 충돌
  • 익명의 공무원
  • 승인 2023.08.20 20:19
  • 댓글 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반년 동안 
원주의 아고라에는 시민은 있었지만,
그 목소리를 들어줄 공직자들은
보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
△우편에 함께 동봉된 공무원증을 촬영한 사진

안녕하세요. 존경하는 문화예술과장님 그리고 원주시장님, 저는 3년 전 원주시청에 입사하여 근무하고 있는 말단 직원 중 한 명입니다. 말단 직원인 만큼 높으신 분들의 대승적인 뜻을 알기에는 부족함이 굉장히 많고 아직 배워가는 입장에 있으나, 지난 8일 아카데미극장 충돌 사건에 대해서는 저조차도 한마디 하고 싶어 부득이 삼가 몇 자 적습니다. 

이날 오전 10시 20분경, 시청 건물 전체에 방송이 송출되었습니다. 그 내용은 아카데미극장과 관련하여 시민과 대치 중이니 남성 직원은 민방위복을 입고 극장 앞으로 집결하라는 것이 었습니다. 극장과 관련해 의견 충돌이 있다는 것은 알았으나, 내막에는 관심이 없었고, 나와 상관없는 것에 동원되는구나 하는 마음이 우선이었습니다. 

하지만 부름을 받고 현장에 가보니 시민은 고작 십수 명에 불과하였고, 그들을 통제하기 위해 온 공무원은 열 배가 넘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4,000여 명이 피해를 입을 때 몰려든 군인이 2만 명으로 시민에 비해 500%의 규모인데, 공교롭게도 그때와 비슷한 비율의 인력 동원, 언론에 보도된 “덤벼들어”그 음성, 시민들을 압박하고 있었습니다. 

어찌하여 ‘근원이 되는 땅’이라고 불리던 원주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그간의 타임라인을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더군요. 철거 내부 방침 결정 후에 진행된 면담, 공유재산심의회 안건의 급속한 서면 처리, 의회 부의안건 공고 과정 누락, 이외에도 근대역사문화공간 공모사업 탈락, 안전진단 D등급 석면 지붕으로 인한 건강 위협 등등... 이런 복잡한 내용이 섞여 있었습니다. 

우리 시에서는 보존 측의 주장에 대해 방침 결정이 영구불변은 아니고, 절차상 하자가 없으며, 안건의 세부 내용 공개를 하지 않으니 괜찮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하여 대응한 것으로 보입니다. 보존하는 측의 입장에서도 공모사업은 극장뿐만이 아닌 원주 원도심 일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것이며 오히려 극장 자체는 보존 가치가 있음을 인정받았으며, 문화재청 유휴공간 활성화 사업을 통해 배정된 국도비를 통해 시특법에 따른 등급과 석면 지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합니다. 모두 나름의 일리가 있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그 주장을 펼치는 방식에 관하여 논하자면, 원주시가 참으로 서툴렀다는 생각이 듭니다. 방침이 영구불변이 아니더라도 철거 방침 결정 보존 측과 약식 간담회를 가진 시점에서, 그들은 배신감을 느꼈을 겁니다. 또한 원주시가 직접 나서는 것이 아닌 언론을 통해서 정제된 언어만을 제공하는 것도 편방향 소통이라고 느꼈을 소지가 다분합니다. 

결국 지난 반년 동안의 타임라인을 전반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혈관이 막혀 동맥경화나 심근경색 같은 심각한 질병을 야기하듯이, 소통이 막혀 이번 물리적 충돌을 야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심근경색은 스텐트를 동맥에 삽입하여 혈류를 원활히 하여 치료하듯이 원주시도 공개적인 대회의 장을 마련해 소통을 원활히 하면 이런 충돌이 없었을 것입니다. 

아테네의 정치가 페리클레스(Perikles)는 펠로폰네소스 전쟁 당시 전몰자 추도 연설에서 자신들의 정체는 타국에 본보기가 다수를 위해 통치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정체는 바로 민주주의였습니다. 또한 아테네의 시민이면 누구나 아고라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제가 발붙이고 살아 숨 쉬는 원주에도 페리클레스가 자랑스럽게 여기던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는 줄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반년 동안 원주의 아고라에는 시민은 있었지만, 그 목소리를 들어줄 공직자들은 보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부디 원주의 정체가 사반 만년 전의 아테네보다 못하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해 내지 않기를 빌며 근원의 땅이라는 이름에 걸맞도록 민주주의 근원인 소통을 실현해 내길 문화예술과장님과 시장님께 소망합니다. <추신> 지난 극장 앞 물리적 충돌 상황에서 모든 공무원이 덤벼들려는 마음이 아니었음을 전합니다. (본 기고는 익명의 공무원이 원주신문에 우편으로 보내온 내용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원주아줌마 2023-08-31 18:43:04
시민들 본떼를 봐야 정신차리겠넹-학연, 패거리와 이권

치오 2023-08-28 09:25:17
아카데미 극장 철거에 동원된 공무원을 광주 5.18 진압 군인과 비교를 하는 억지 견강부회. '다 옳다.'라는 회색 논리로 뭘 주장하려는 건지 알 수도 없고 결국 말단 공무원이 저열한 말장난으로 선동하는 건데 까려면 공무원증 까고 선동을 하던가.

chesskim 2023-08-25 09:46:54
갈등해결을.위한 좋은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계속 질질 끌고가면 시민들 피로감만 쌓일 듯합니다.

YNAM 2023-08-23 20:28:12
계속 시끄럽네. 시장님, 잠 좀 잡시다.

말초신경 2023-08-23 09:35:31
퇴진운동해야하나? 군부시대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