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충전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지식충전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최광익
  • 승인 2023.08.27 2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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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아웃소싱하면서 감성,
공감능력 등과 같은 가장 인간적인 것들이
기술과 맞바꾸면서 인간성을 잃어간다.
△최광익 [전 하노이한국국제학교장·교육칼럼니스트]
△최광익 [전 하노이한국국제학교장·교육칼럼니스트]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 우리는 가족의 생일, 조상의 기일, 친구들의 전화번호는 대부분 기억했다. 지금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을 스마트폰에 외주(outsourcing)를 주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골치 아프게 이것저것 생각할 필요없이 스마트폰만 있으면 걱정할 것이 없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이자 IT미래학자인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의 책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The Shallows)」은 인터넷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조명한 책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인류에게 커다란 영향을 준 다양한 미디어(media, 매체)의 역사를 분석해 미디어가 단순히 무언가를 전달해 주는 수단만이 아니라 변화를 주도하는 주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책 속에는 지도, 시계, 책, 인터넷 등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인문학적 흥미를 충족시켜주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지도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세상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바꾸었다. 시계는 정확함에 무관심했던 삶의 방식을 보다 계획적이고 효율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삶으로 변화시켰다. 책은 쓰기와 읽기를 생활화하고 개인의 교육과 성장의 도구가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 시계는 인간을 더욱 통제된 사회의 일원으로 변화시켰고, 책은 어설픈 이론, 포르노, 가짜 뉴스를 시장에 무한정 보급하여 저급문화를 확장시켰다. 미디어의 장단점에 대한 저자의 균형적인 분석은 독자의 일방적 판단의 위험을 막아준다.

가장 최근에 등장한 미디어인 인터넷은 타자기, 인쇄기, 지도, 시계, 계산기, 전화기이자 우체국이며 도서관이자 라디오이며 텔레비전이다. 정보가 디지털화 되면서 인터넷은 결국 모든 미디어를 통합한 만능 기기가 되었다. 종이 편지가 사라지고 책이나 신문을 읽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인터넷이 모든 것을 대체하지는 않을까 하는 위험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전의 다른 미디어와는 달리, 인터넷은 단순한 정보 유통수단을 넘어 우리의 뇌를 변화시키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와 서비스에 익숙해지고 의존하면서 뇌의 기능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 클릭을 반복하면서 집중력이 분산되어 한 가지 일에 몇분 이상 집중하지 못하게 되었다.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을 때도 이메일을 확인하고, 링크를 클릭하고, 뭔가를 검색하거나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진다. 가장 큰 문제는 인터넷 의존이 우리 뇌의 가장 중요한 활동인 사고능력을 변화시켜, 어쩌면 우리는 생각하는 능력을 영영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인터넷은 구글의 등장으로 끝없는 확장을 계속하고 있다. 구글은 정보가 공짜이기를 바라는 기업이다. 그 이유는 정보의 비용이 하락할수록 사람들은 컴퓨터 스크린에 더 많은 시선을 고정하게 되고, 그러면 수익도 자연히 상승하게 되기 때문이다. 공짜 정보 공급을 통해 경쟁업체의 도산을 유도함으로써 정보 생태계를 평정하려 한다. 구글은 페이지 랭크, 구글 번역, 구글 지도, 구글 북 서치를 통해 세상의 모든 것을 이미 어느 정도는 독점한 듯 보인다.

구글의 페이지 랭크 알고리즘은 클릭 수가 높은 것이 가장 좋은 위치를 차지하도록 하며 광고주들은 클릭 수에 비례해 비용을 지불하여 회사의 수입은 날로 치솟게 한다. 구글 번역은 언어의 장벽을 극복하여 국가의 구분을 없애고, 구글 지도는 모든 사용자의 위치를 실시간 파악을 시도하고 있다. 구글 북서치는 세상의 모든 책을 디지털화하여 온갖 정보를 온라인상에서 접근하도록 하여 도서관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마침내 구글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며, 우리는 구글에 더욱 의존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우리의 뇌는 망각에 익숙해지고 기억에 미숙해진다. 기억을 아웃소싱하면서 감성, 공감능력 등과 같은 가장 인간적인 것들이 기술과 맞바꾸면서 인간성을 잃어간다. 이러한 운명을 피할 유일한 방법은, 저자의 주장처럼, 인간의 정신활동과 지적 추구 활동을 컴퓨터에 위임하지 않는 용기일지 모를 일이다.

추천도서 : 니콜라스 카(2021).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청림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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