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정영예 作 / 회복
[시가 있는 아침] 정영예 作 / 회복
  • 원주신문
  • 승인 2023.09.0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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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정영애

 

회복은 다시 입는 옷

이 옷을 입기 위해서는

한 번쯤 몸의 바깥으로 나가봐야 한다

참을 수 없는 통증의 막판까지 내려가

내가 모르는 나를 들여다보는 일

어느새 사람을 벗고 환자복으로 누운 병상

신음마저 그렁그렁할 때

당신의 위로는 잠깐 피어났다 시드는 꽃잎

꽃잎을 물고 내뱉는 기도는 절실한 거짓말

몇 번의 아침이 회진을 돌던 어느 날

잠든 통증을 환자복 속에 벗어놓고

비로소 병원 유리문을 밀고 나오면

성당을 지나 여느 때의 출근길 같은 거리

환자처럼 사람으로 건너가는 회복을 입고

돌아보니 절망으로 환하다

수없이 삼킨 알약으로 만든 옷

한 방울 한 방울 링거의 눈물로 지은 옷

살을 벼리는 아픔의 무늬로 짠 옷

몸 밖에서 몸 안으로 돌아오는 순간 시간을 위해

어쩌면 신이 마련해놓은 옷

무엇보다 옷장엔 없지만 다시 돌아온 옷

회복!

 

속초문협 刊 『속초문학』 2021년 창간호에서

무탈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만큼 소중한 일도 없는 것 같다.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참 많은 일들을 만난다. 손가락 하나부터 발가락 하나 가지 그 소중함은 말로 표현을 못할 만큼 크다. 사람은 아프면서 자란다고 한다. 아픔을 경험한 사람은 건강에 대한 소중함을 누구보다 더 절실하게 느낀다. 그러나 그 절실함이 깃든 건강함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평소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정영애 시인의 시 「회복」은 건강을 잃어 병원에 입원을 하고 다시 그 건강한 옷을 입기까지의 과정들을 말하고 있다. 우리들 일상이 늘 살벌한 전쟁터고 싸움터다. 그럼에도 그 싸움에서 이기려는 욕망을 지니다 보니 몸의 피로쯤은 염두에 두지 않다가 비로소 아픔의 신호를 받고 나서야 느낀다. 회복이라는 옷, 무수한 알약으로 지어 만든 옷이고, 링거 물방울로 채워 놓은 옷이라 한다. 절망만 가득한 세상을 내딛기 위해 몸부림치는 일들뿐이다. 생명을 지닌 것이나 지니지 않은 것이나 무탈함, 건강함, 이 상징적인 몸을 지켜낸다는 것은 가장 큰일 중의 하나다. 내 몸이 무너져 다시 회복을 하더라도 그 몸이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살아야 한다. 회복은 아픔을 통해 입어보는 삶의 옷이다. 즐거움이 없이, 행복함이 없이는 입을 수 없는 옷이다. 그 일상의 무탈함을 잘 간직하라는 종소리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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