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99) 베르디 (13) 베르디의 말년 생활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99) 베르디 (13) 베르디의 말년 생활
  • 최왕국
  • 승인 2023.09.0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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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국 [작곡가]
△최왕국 [작곡가]

< 베르디의 말년 생활 >

베르디는 정치·사회에도 관심이 많아서 이탈리아의 독립운동에도 공헌을 했으며, 통일된 이탈리아의 초대 상원의원까지 지냈다. 이후 베르디는 제2의 고향 ‘붓세토’ 근교의 농장에서 농사를 지으며 자연과 함께 생활했다. 사실상 은퇴를 결심한 것이었다.

그러나 베르디의 악보를 출판하여 짭짤한 수익을 올리던 출판업자는 세익스피어의 작품 ‘오텔로’를 각색하여 만든 대본으로 베르디를 유혹했고, 이렇게 베르디 말년의 대작 오페라 ‘오텔로’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렇게 베르디는 은퇴를 결심한 귀농 생활 중에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작곡 활동을 병행하게 된다. 원래 베르디는 오페라 ‘오텔로’를 자신의 마지막 오페라라고 선언했지만 결국 대작 오페라를 또 하나 작곡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오페라 ‘팔스타프’이며 이 작품 역시 세익스피어 원작이다.

< 베르디의 말년 대작 오페라 >

베르디는 누구나 인정하는 명실상부한 대작곡가였지만, 젊은 작곡가들에게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 “베르디는 새로운 시도를 하기 보다는 그저 옛 전통에 안주(安住)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후배 작곡가들의 비판을 일축하듯 베르디는 그의 말년 대작 오페라 ‘오텔로’와 ‘팔스타프’를 통하여 무한한 가능성과 새로운 음악적 도전을 보여준다. 베르디 음악의 대중성에 대해서는 모두들 익히 알고 있을테니,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겠지만 이 두 작품에 나타난 그의 예술적, 진보적 표현 기법은 완벽했다.

마치 “내가 그동안에는 주로 극장 주문 작품을 쓰다 보니, 관객들의 취향에 맞춰야 했지만, 이번에는 내 뜻대로 쓰는 작폼이니 새로운 걸 보여 줄게... 어때? 이 정도면 만족하겠어?”라고 말하는 듯하다.

< 사회상을 반영한 베르디의 오페라 >

당시 이탈리아는 ‘나폴리’, ‘베네치아’, ‘밀라노’ 등 도시국가로 분립되어 있었고, 그나마 대부분의 도시국가들은 다른 나라의 지배하에 있었다. 베르디의 고향인 이탈리아 북부도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이러한 사회상을 반영하듯 베르디의 오페라들 중에는 정치·사회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들이 많다. 그의 오페라 26편 중 20편에 전쟁에 관련된 스토리가 나오는 것도 그와 무관하지는 않다.

스페인을 배경으로 하는 오페라 ‘일트로바토레’에서는 폭압적 권력인 ‘루나 백작’에 대항하는 만리코와 집시들의 투쟁을 통하여 이탈리아의 독립의지를 불태웠으며, 프랑스 배경의 오페라 ‘리골레토’에서는 ‘만토바 공작’을 위시한 부패한 귀족들의 횡포와 계급주의에 맞서는 민초들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또한 오페라 ‘돈 카를로’에서는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려는 플랑드르 시민들의 저항이 등장한다. 당시 국왕 펠리페 2세는 가톨릭 신자였고, 플랑드르 지방은 개신교 쪽이라 수많은 탄압이 자행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중 가장 백미는 역시 오페라 ‘나부코’에서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간 유대인들이 부르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다. 바벨론의 속국이 된 유대인들의 심정은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던 이탈리아인들에게 그대로 감정이입이 되었고, 독립의 여망을 더욱 부채질하였다.

< 베르디의 서거 >

이탈리아인들에게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제2의 국가(國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함께 부르고, 국가의 큰 행사에도 빠질 수 없는 레퍼토리인 베르디 최고의 걸작이며 베르디의 분신과도 같은 노래이다.

베르디는 1901년 밀라노에서 8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세계 각지에서 무려 20만의 조문객이 몰려들었고, 거장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800명의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가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연주하며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해 주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오페라 작곡의 원탑(one top) 주세페 베르디가 그의 작품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사랑과 평화와 인권과 민족자결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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