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릴레이 계주 같은 이벤트, 자칫 부메랑 된다
<비로봉에서> 릴레이 계주 같은 이벤트, 자칫 부메랑 된다
  • 심규정
  • 승인 2023.09.17 20:43
  • 댓글 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벤트의 무게와 밀도가 큰 만큼
실패시 헛물켰다는 삐뚜름한 냉소가
두고두고 제기될 수 있다.
△심규정<원주신문 편집장>

지역 현안을 주제로 열리는 릴레이 기자회견을 둘러싸고 세간의 이론이 분분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강원오페라하우스 건립 추진 환영과 영화 <치악산>상영금지를 촉구하는 이벤트다. 요약하면 이렇다. 현수막이 대거 내걸리고, 시민사회단체의 기자회견이 줄을 잇는다. 기자들의 평은 이렇다. 처음에는 어떤 주장을 펼칠까 기대해 참석했는데, 이후 기자회견은 주체만 달랐지,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굳이 참석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회를 거듭할 수록 기자회견장의 기자석은 듬성듬성, 닮은꼴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런 릴레이 이벤트의 결과는 어땠을까. 우선 강원오페라하우스 건립을 보자. 원강수 시장은 최근 김진태 강원지사를 만나 강원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며 강원도가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영화 <치악산>상영 금지 촉구는 결국 지난 12일 법원이 원주시 등의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 현재 전국에서 일제히 상영되고 있다. 시민들로서는 뼈아픈 상실감을 느꼈을 것이다.

전임 시장이 추진했던 다목적공연장을 타이틀만 살짝 바꾼 강원오페라하우스 건립을 반대할 과연 시민이 어디 있을까. 또 지역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내용의 영화가 상영되는 것을 찬성할 시민이 과연 어디 있을까. 그러나 온 동네방네 요란하게 진행된 이런 릴레이 이벤트는 우려와 위험성을 잉태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강원오페라하우스 건립 요구 현수막이 거리에 나부끼고 있을 당시 한 도의원의 의미심장한 발언을 소개한다. “땅 주인인 강원도에서 아무 언급도 없고, 도의회에서도 전혀 논의된 바 없는데, 왜 원주시에서 이렇게 요란을 떠는지. 압박하고 있는 것 아니냐” 강원도는 물론 도의회에서 불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기대만 잔뜩 부풀려 놓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실망이 배가되는 게 세상의 이치다.  

영화 <치악산> 논란을 지켜보면서 이런 생각이 퍼뜩 들었다. “픽션이므로 영화는 예정대로 상영될 것이다”, “그런데 왜 원주시가 대놓고 노이즈 마케팅을 해주는 지 모르겠다”거나 심지어 “마케팅에 기여한 공로로 영화제작사로부터 감사패를 받아야 할 상황”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등장했다. 

짧은 시간에 치밀한 전략 아래 임팩트 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사회단체의 통합 기자회견, 그리고 도청 앞에서의 집회, 도지사를 만나 건의문을 전달했으면 어땠을까? 일종의 선택과 집중을 말하는 것이다. 영화 <치악산>도 그렇다. 과거 비슷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결정문을 분석해 보면 결과는 어느 정도 예측된 바, 그로데스크한 지역 이미지를 최소화는 안전 장치 마련에 더욱 노력했으면 좋았을 듯싶다. 

이 같은 릴레이 이벤트는 세 과시 측면에서 상대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고, 성공할 시 지역의 역량을 결집해 뜻을 이뤄 확호작약할 수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 또한 무시못한다. 이벤트의 무게와 밀도가 큰 만큼 실패시 헛물켰다는 삐뚜름한 냉소가 두고두고 제기될 수 있다. 앞으로 또 어떤 주제의 릴레이 이벤트가 선보일지 지켜볼 일이다. 속 보이는 판박이 이벤트가 아닌 격이 있는 이벤트를 기대해본다.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을 들어서는 안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6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chesskim 2023-09-24 16:50:41
인격적인 도시로서 존중받는 원주시이기를 기원합니다^^

chesskim 2023-09-24 16:50:30
인격적인 도시로서 존중받는 원주시이기를 기원합니다^^

치악골 2023-09-20 08:08:53
둘이 행사용 덤앤더머잖소~하나는 강원도 망치고 다른 하나는 원주시 망가놓고

공직자 2023-09-20 08:04:56
굿바이 행사용~~퉤퉤퉤 동생

골빈당 2023-09-18 14:12:16
빈수레, 껍데기만 그럴듯하죠